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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27·아스널)에게 지난 몇개월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주영의 몸은 무거웠다. 존재감이 없었다. 기성용(23·셀틱) 박종우(23·부산)가 짝을 이룬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흠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중원을 지배하며 공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도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축구는 골로 말한다. 문전에서 한 방을 터트려야 하는 최전방이 문제였다. 박주영은 조별리그 3경기 중 스위스전에서 1골을 넣은데 그쳤다.
홍명호의 공격 패턴은 제로톱이다. 박주영은 고전적 개념의 원톱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임무는 변화무쌍하다. 활동반경이 넓다. 고립을 피하기 위해 미드필드까지 진출한다. 좌우측 날개로도 수시로 동한다. 중원은 그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패스를 전개한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배후 공간을 창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하지만 그는 외딴 섬이었다. 상대의 집중마크를 뚫지 못해 고전하기 일쑤였다.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영국전), 4강(멕시코전) 등 총 5경기에서 3골을 넣는 빈공에 시달렸다.
'일본 킬러'의 위력은 일본전에서 다시 살아났다. '해결사'는 큰 경기에 강했다. 박주영은 전반 38분 일본 수비 3명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며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의 골로 기세를 올린 한국은 후반 11분 구자철이 추가골까지 터트리며 일본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박주영에게 '일본 타도' 골은 속죄포였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역사창조의 주인공이 되며 병역 연기로 인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동메달을 목에 건 박주영은 이제 한국 체류일을 셀 필요가 없어졌다. 남들처럼 마음 편히 고향땅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