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속죄포' 박주영, 한 골로 끝낸 마음고생

기사입력 2012-08-11 05:36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펼쳤다. 박주영이 전반 38분 선취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20120810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

박주영(27·아스널)에게 지난 몇개월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소속팀 아스널에서는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만을 지켰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채 헛바퀴만 굴렸다. 고향땅 한국에서도 마음껏 활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체류 자격을 얻은 그는 병역 연기 혜택을 받았다. 지난 3월 뒤늦게 밝혀졌다. 일파만파,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국 체류일수에 제한이 생겼다. 한국 체류일 수를 세가며 외국과 한국을 오가는 촌극이 벌어졌다. 심지어 한국 체류 날짜를 아끼기 위해 지난 7월 홍명보호에 합류하지 못한 채 일본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지난달 13일 세상과다시 만났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옆을 지켰다. "그 선수들과 함께 아주 좋은,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축구를 가장 하고 싶었다."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진한 애정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주영의 몸은 무거웠다. 존재감이 없었다. 기성용(23·셀틱) 박종우(23·부산)가 짝을 이룬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흠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중원을 지배하며 공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도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축구는 골로 말한다. 문전에서 한 방을 터트려야 하는 최전방이 문제였다. 박주영은 조별리그 3경기 중 스위스전에서 1골을 넣은데 그쳤다.

홍명호의 공격 패턴은 제로톱이다. 박주영은 고전적 개념의 원톱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임무는 변화무쌍하다. 활동반경이 넓다. 고립을 피하기 위해 미드필드까지 진출한다. 좌우측 날개로도 수시로 동한다. 중원은 그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패스를 전개한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배후 공간을 창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하지만 그는 외딴 섬이었다. 상대의 집중마크를 뚫지 못해 고전하기 일쑤였다.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영국전), 4강(멕시코전) 등 총 5경기에서 3골을 넣는 빈공에 시달렸다.

역시 해법은 박주영이었다. 홍명보호의 공격력이 살기 위해서는 박주영이 살아야 했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메달에 도전하는 홍 감독은 브라질전과 달리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 다시 그를 선발로 기용했다. 10경기 6골. 박주영이 일본전에서 쓴 기록이다. 일본전에 워낙 강했다. 득점을 기록한 6경기서 한국은 일본에 패한 적이 없다. 일본에게 박주영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일본 킬러'의 위력은 일본전에서 다시 살아났다. '해결사'는 큰 경기에 강했다. 박주영은 전반 38분 일본 수비 3명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며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의 골로 기세를 올린 한국은 후반 11분 구자철이 추가골까지 터트리며 일본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박주영에게 '일본 타도' 골은 속죄포였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역사창조의 주인공이 되며 병역 연기로 인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동메달을 목에 건 박주영은 이제 한국 체류일을 셀 필요가 없어졌다. 남들처럼 마음 편히 고향땅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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