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팀을 맡은지 10일도 되지 않은 K-리그 초보 감독이 느끼는 스플릿시스템의 압박감은 어느 정도일까.
그런데 문제는 예전에 봤던 얼굴들이 아니라는 것. 하 감독은 "오랜만에 얼굴들을 보는데 다들 너무 늙었고 머리도 빠지고 있더라. 정말 스플릿시스템이 감독들을 죽이고 있다"며 웃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사람의 피를 말리나 보다. 하 감독이 전남에서 2년간 수석코치로 있던 시절에 느꼈던 스트레스와는 차원이 다르단다. 최근 광양 클럽하우스의 감독실에 갔는데 하 감독은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정해성 감독님이 몸이 많이 안좋으셨던 것 같다. 감독실에 아직도 약병들이 있더라. 감독님들 대부분이 수면제나 위장약을 달고 사는데 나도 조만간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4개월 뒤 내 모습일 수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올시즌 K-리그는 30라운드의 정규리그를 끝낸 뒤 상위그룹(1~8위)과 하위그룹(9~16위)으로 나뉘어 14경기를 더 치른다. 앞선 30경기의 승점은 연계되며 별도의 플레이오프 없이 우승팀이 가려진다. 최하위 두 팀은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운명을 맞는다. 첫 번째 운명이 갈리는 30경기까지 남은 경기는 29라운드를 포함해 2경기. 감독들의 스트레스가 최절정에 이를 시기다.
5개 구장에서 열린 이날 K-리그에서 10개팀의 감독들은 각각 다른 스트레스 강도를 겪었을 것 같다. 그나마 최용수 감독과 김호곤 울산 감독, 모아시르 대구 감독, 최진한 경남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은 발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전남 원정경기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서울(승점 61)은 이날 경기가 없던 전북(승점58)을 누르고 선두를 재탈환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8강 진입 티켓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와 경남은 모두 승리를 따내며 최종 승부를 30라운드로 돌렸다. 대구(승점 39)는 8위에, 경남(승점 37)은 9위에 랭크됐다. 포항은 광주를 1대0으로 꺾고 5위(승점 47)로 한 단계 순위를 끌어 올렸다. 울산은 상주를 4대3으로 제압했다.
광양=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