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은 멈추고, 선수는 넘어지고, 수중전 묘미 보인 제주-성남전

기사입력 2012-08-23 21:15


제주와 성남은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이다. 특히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한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은 두 팀의 트레이드마크다. 경기 전 만난 박경훈 제주 감독과 신태용 성남 감독은 '재밌는' 축구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송진형(제주)과 윤빛가람(성남)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간의 맞대결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이러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두 팀의 경기가 열린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시간당 2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비에 그라운드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겼다. 정상적인 축구를 할 수 없었다. 패스는 멈추기 일쑤였고, 드리블 을 하면 공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태클을 하면 몇미터씩 미끄러져 나갔다. 패스가 멈출때마다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 공을 잡기 위해 허둥거렸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선수들의 모습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제주와 성남 모두 그라운드 사정을 고려해 짧은 패스 대신 단순한 축구를 펼쳤다. 무리한 드리블이나 패스 보다는 롱패스로 상대 진영을 노렸다. 8강행 막차를 노리는 성남이나 8월들어 한번도 이기지 못한 제주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춘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농구를 방불케하는 빠른 공수전환이 이어지다보니 보는 입장에서는 눈을 뗄 수 없는 축구가 이어졌다.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1247명의 관중들은 수중전의 재미를 만끽했다. 애초에 기대했던 아기자기한 '재미'는 아니었지만, 그라운드가 만든 변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비에 대처하는 양 팀 감독의 자세도 볼거리였다. '멋쟁이' 박 감독은 블랙 레인코트로 멋을 잃지 않았다. 침착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반면 정장차림의 신 감독은 시종일관 서서 비를 모두 맞았다. 90분 내내 소리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절박한 팀 사정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멋진 경기는 최고의 드라마로 마무리됐다. 전반 26분 송진형의 골로 제주가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성남이 이를 뒤집었다. 후반 39분 에벨톤이 동점골을 넣으며 기세가 오른 성남은 후반 인저리타임 자엘이 코너킥을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8강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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