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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채 풀리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빠르게 페널티 에어리어 내 왼쪽에서 볼을 잡은 미하엘 크론델리와 눈이 맞았다. 곧바로 올라온 크로스는 다소 속도가 빨랐다. 머리를 갖다대기에는 늦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힘차게 오른발을 뻗었다. 볼은 골키퍼 손을 빠져나가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박주영(27·셀타비고)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이 터진 순간이다.
박주영에겐 감회가 남다른 득점이다. 공식 리그전에서 득점한 것이 334일, 약 11개월 전이다. 아스널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26일 볼턴과의 칼링컵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성공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11개월은 악몽이었다. 마르세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출전 이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 말미에는 2군(리저브팀)에 내려가 스카우트 앞에서 연습경기를 뛰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태극호의 캡틴이라는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셀타비고 임대 후 두 경기 만에 터진 득점포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쌓아올린 자신감을 제대로 증명함과 동시에 벤치 설움도 시원하게 날렸다.
1주일 만에 박주영은 셀타비고 전술에 확연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발렌시아전에서는 후반 교체 출전 이후 스페인식 빠른 템포축구에 적응하지 못하며 겉돌았다. 그러나 헤타페전에서는 이아고 아스파스와 적절한 역할배분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후반 37분 아스파스가 교체아웃된 이후에는 원톱으로 나서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42분에는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제치고 득점과 다름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왼발슛이 빗맞지 않았다면 추가골로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헤타페전을 통해 박주영은 셀타비고 및 스페인 무대 적응 속도와 현재 컨디션을 충분히 증명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