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일 만의 리그 득점포, 박주영 부활 시작됐다

최종수정 2012-09-23 11:55

◇박주영. 사진출처=셀타비고 구단 페이스북

몸이 채 풀리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빠르게 페널티 에어리어 내 왼쪽에서 볼을 잡은 미하엘 크론델리와 눈이 맞았다. 곧바로 올라온 크로스는 다소 속도가 빨랐다. 머리를 갖다대기에는 늦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힘차게 오른발을 뻗었다. 볼은 골키퍼 손을 빠져나가 그대로 골망을 출렁였다. 박주영(27·셀타비고)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이 터진 순간이다.

박주영이 스페인 무대 데뷔 두 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박주영은 23일(한국시각) 홈구장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12~2013시즌 프리메라리가 5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20분 교체출전해 3분 뒤인 후반 23분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난 17일 발렌시아 원정에서 후반 교체 출전으로 데뷔전을 치른지 1주일 만에 터진 득점이다.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자리에서 득점본능을 과시하며 헤타페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발렌시아전에서 패했던 셀타비고는 헤타페를 잡고 1주일 만에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이었다. 상대 수비수의 시선이 크론델리에 쏠린 틈을 놓치지 않고 공간으로 침투했다. 박주영의 오른발로 배달된 크론델리의 '택배 크로스'도 일품이었다. 볼의 속도와 침투 움직임이 반 박자 정도 차이가 나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박주영에겐 감회가 남다른 득점이다. 공식 리그전에서 득점한 것이 334일, 약 11개월 전이다. 아스널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26일 볼턴과의 칼링컵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성공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11개월은 악몽이었다. 마르세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출전 이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 말미에는 2군(리저브팀)에 내려가 스카우트 앞에서 연습경기를 뛰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태극호의 캡틴이라는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셀타비고 임대 후 두 경기 만에 터진 득점포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쌓아올린 자신감을 제대로 증명함과 동시에 벤치 설움도 시원하게 날렸다.

1주일 만에 박주영은 셀타비고 전술에 확연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발렌시아전에서는 후반 교체 출전 이후 스페인식 빠른 템포축구에 적응하지 못하며 겉돌았다. 그러나 헤타페전에서는 이아고 아스파스와 적절한 역할배분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후반 37분 아스파스가 교체아웃된 이후에는 원톱으로 나서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42분에는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제치고 득점과 다름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왼발슛이 빗맞지 않았다면 추가골로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헤타페전을 통해 박주영은 셀타비고 및 스페인 무대 적응 속도와 현재 컨디션을 충분히 증명했다.

해결사 기질을 충분히 증명한 박주영의 주전 도약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파코 에레라 셀타비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헤타페전 활약에 따라 향후 박주영의 선발 및 교체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파스에 집중된 공격력을 분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헤타페전에서 박주영이 킬러 본능을 입증하면서 에레라 감독의 신뢰도 역시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원정으로 치르게 될 그라나다전에서는 박주영의 선발 출전도 기대해 볼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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