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박종우(23·부산 아이파크)는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5일 오후 5시(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상벌위원회가 열린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를 심의한다. 박종우는 지난 8월11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경기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승리한 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보였다. 기쁨에 도취돼 관중석에서 건넨 플래카드를 들고 뛰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관중석에서 플래카드를 건네받았고, 한글문구인 만큼 정치적인 의도보다는 승리의 기쁨 속에 펼쳐진 우발적인 세리머니였다고 FIFA에 보고했다. FIFA가 징계 여부 및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FIFA 상벌위의 결정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통보돼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가벼운 경고부터 입상 취소(메달 박탈)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칠 안남아서 매일매일 생각나긴 하지만, 인상 쓴다고 뭐 달라지나요. 잘되겠죠." 박종우는 긍정적이었다. 팬들의 믿음 역시 한결같았다.
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4라운드 전북전, 박종우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대신 팬들을 위해 일일 경기진행요원으로 나섰다. 맥카이와 함께 기념품숍에서 로고볼을 판매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을 맴돌던 소녀팬들이 일거에 몰려들었다.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100여 개의 로고볼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박종우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휴대폰을 치켜든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날 부산의 매치데이 매거진 커버모델 역시 박종우였다. 올림픽 동메달 이후 최강희호에 2회 연속 승선한 박종우를 향한 구단의 애정이 느껴졌다. 소녀팬들은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를 치켜올렸다. 박종우의 이름이 새겨진 올림픽 티셔츠에 사인을 받은 열혈팬 현승의씨(25·여·직장인)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니 우리는 그걸로 충분하다.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박종우를 지지한다"고 했다.
박종우는 8일 A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있다. 6일 부산에서 수원과 홈경기를 치른 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을 준비한다. 이란행 직전 동메달 수여 여부가 결정된다. 담담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은 박종우는 축구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해다. '독도 세리머니' 이후 상처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치유받았다.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마저 박종우를 알아본다. "개인적으로는 축구선수로서 꿈꿔온 3가지 소원중 2가지를 단번에 이뤘다"고 했다. '국제대회 메달' 'A대표팀 발탁'의 꿈이 이뤄졌다. 남은 하나는 '해외진출'이다. A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언젠가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 믿고 있다. "A매치 데뷔전을 생각하면 프로 데뷔전보다 더 설렌다. 기회가 주엊"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준비를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좌우명대로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 동료 윤석영(21·전남)과 이란전 A대표팀 소집명단 발표 직후 통화하며 "꼭 잘해내자"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원정에도 함께 소집됐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지는 못했다. "뛰지 못했어도 열정을 끓어올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웃었다.밝고 긍정적이다.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런던 룸메이트이자 파트너였던 기성용과의 중원 호흡도 자신있다. "그때쯤 되면 모든 것이 결정된 후니까 훌훌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같다"며 웃었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