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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반대하는지 말이라도 한번 해보자. 기권했다면, 왜 그랬는지 변명이라도 해보자. "나는 이래서 반대합니다", "나는 이래서 기권합니다"라는 말이라도 속시원히 들어봤으면 한다. 시민들의 꿈을 무산시킬만한 명분이 있을 것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비겁한 기권'인가.
부천 팬들의 꿈이었다. 2006년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이전한 뒤 부천 팬들은 2007년 12월 부천FC를 만들었다. 2008년부터 3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에 참가했다. 인기구단으로 자리잡았다. 5년간 약 2억8000여만원의 흑자도 냈다. 몇 안되는 사무국 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 임원진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었다. 프로진출이란 목표속에 행복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강등제 도입-2부리그를 출범 방안을 발표했다. 2부리그 참가팀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다. 프로 가입금을 40억원에서 5억원으로 인하 축구발전기금 30억원 면제 프로 참가 2년차부터 받을 수 있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연간 7억원) 규모) 1년차부터 수령이었다. 이 정도만 해도 70억원 규모였다. 전력보강 방안도 함께 나왔다. 신인 드래프트 우선 순위 배정, 각 K-리그 팀에서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씩 무상임대 조건이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부천의 2부리그 합류는, 연맹으로서도 반기는 일이었다. 연맹측은 2부리그 흥행카드로 안양과 부천을 꼽고 있다. 양 팀 모두 연고이전의 아픔이 있었다. 안양을 연고로 하던 안양LG는 부천에 앞서 2004년 서울로 연고이전했다. 스토리가 맞아떨어진다. 팬들의 열기도 뜨겁다. 두 팀이 모두 참가한다면 흥행에 큰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부천에 앞서 안양은 진통끝에 조례안이 통과됐다. 정쟁 때문에 산통이 심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주도한 창단작업에 시의회 내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발목을 잡았다. 시의 재정 압박이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최 시장과의 대립각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결국 축구팬들의 비난에 조례안은 힘겹게 통과됐다.
이에 비해 부천시는 좀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만수 부천 시장도 부천의 2부리그 진출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또 시의회가 문제였다. 시청에서 제출한 부천의 2부리그 지원 조례안이 18일 시의회 상임위(행정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부천시는 시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아 23일 조례안을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또 다시 부결됐다. 28명의 시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찬성이 14명이었다. 반대는 1명도 없었다. 나머지 14명의 의원들이 기권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10명,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소속 의원이 1명씩이었다. 김 시장의 소속정당인 민주통합당 의원 2명도 기권했다. 반대의 명분? 논리? 딱히 있어보이지 않았다. 예산을 이유로 댄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걸 믿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저 일부는 당론 때문에, 또 일부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기권을 했다. 시민들의 꿈을 짓밟는 '명분없는 기권'이었다.
부결 소식에 부천은 초상집 분위기다. 23일 찾아간 구단 사무실은 대책회의로 분주했다. 오중권 사무국장은 "대안을 모색중이다. 2부리그 진출 외에는 다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남은 방법은 의회 재상정 뿐이다.
부천시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왜 반대하고 있는지, 시민의 꿈보다 우선되는 게 과연 무엇인지. 그런 게 있다면 당당하게 말이라도 해보라고. 부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