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감독의 관록, 亞 넘어 세계가 주목한다

최종수정 2012-11-12 08:34

'철퇴축구' 울산현대가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울산현대는 1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2012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3대0 대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울산 선수들. 김호곤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1.10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의 40년 축구 인생을 건 한판은 환희로 장식됐다. 김 감독의 아시아 클럽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섰다. 2000년 부산 아이콘스(부산 아이파크 전신) 감독으로 프로 사령탑에 오른 뒤 두 번째 우승이다. 지난해 K-리그 컵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는 K-리그를 넘어 아시아 클럽 왕좌를 가리는 무대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김 감독은 올시즌 초반 두통에 많이 시달렸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2009년 쓰라린 추억이 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을 맛봤다. '유비무환'이었다. 김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공격력 향상에 온 힘을 쏟았다. 이근호 김승용 등 공격수를 영입했다. 나름대로 탄탄한 진용을 구축했지만, 여정은 험난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10월 초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8강전을 앞두고 용단을 내렸다. K-리그를 과감하게 내려놓았다.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알힐랄을 1, 2차전 합계 5대0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김 감독은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

1983년 울산 코치를 시작으로 김 감독은 지도자 생활만 30여년을 했다. 풍부한 경험은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분요드코르(우즈벡) 와의 4강전이 분수령이었다. 김 감독은 1차전 3대1 승리 이후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최대의 적'으로 방심을 꼽았다.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애를 썼고 무난히 그 벽을 통과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 올시즌 K-리그 후반기 돌입에 앞서 브라질 출신 하피냐를 영입했다. 하피냐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였다.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7골을 쓸어담았다. 높은 골 결정력은 '철퇴축구'에 자양강장제였다.

승승장구 비결에는 현미경 분석도 한몫했다. 상대의 공격, 수비, 전술 등을 꼼꼼하게 파악한 뒤 선수들에게 정보를 알려줬다. 매 훈련하기 30분 전 미팅을 가졌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분석을 머릿 속에 그리며 훈련했다. 효과 만점이었다.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아시아 정복을 향해 전진했다.

'공격 앞으로'를 외친 김 감독의 축구 철학이 빛을 발했다.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개념을 항상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절대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앞서고 있어도 공격수들을 투입하는 의지는 굳건했다.


김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30년 지도자 인생의 가장 멋진 장면이라고 감격했다. '퍼펙트 우승'으로 멋진 추억을 남기게 된 그는 "감독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김 감독의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이었다. 김 감독은 "우승하고 난 뒤 가족들이 머리에 스쳐갔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가장으로서 말끔히 가족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는 것이 보람된다"고 전했다.

대업은 이룬 김 감독의 도전은 끝이 아니다. K-리그와 클럽월드컵이 남았다. 그는 또 다시 달린다. "남은 K-리그도 계속해서 벌어진다. 15일 서울전은 대표 선수들이 빠져 선수 구성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은 정상적으로 선수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을 계속 출전하고 있는데 클럽월드컵은 한 해 쉬었다. 세계축구를 뛰어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K-리그가 클럽월드컵의 준비과정이라 생각하겠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했다. K-리그 최연장자 김 감독의 관록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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