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스토리]말춤 우승 세리머니 즉석 제안한 이 호 "45분만 버텼으면 했다"

최종수정 2012-11-12 11:11

'철퇴축구' 울산현대가 1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2012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단판 승부를 펼쳤다. 알아흘리에게 3대0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울산현대 선수들이 시상식을 마치고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울산 현대!'

10일 장내 아나운서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팀으로 '울산'을 외치자 울산월드컵경기장에는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왔다. 그라운드 좌측에 일렬로 서 있던 울산 선수들은 일제히 말춤을 추며 우승 시상대에 한 명씩 올라섰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 호가 즉석에서 제안한 화끈한 우승 세리머니였다.

사실 이날 이 호는 경기를 소화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지난 31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홈 2차전에서 왼종아리 근육이 찢어졌다. 팀 닥터는 상처가 아물 때까지 최소 2주 소요를 예상했다. 그러나 대망의 결승전까지 남은 시간은 10일이었다. 무조건 안정을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주일간 종아리에 무리가 가는 범위를 피해 틈틈이 운동을 했다. 팀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것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 결승전 당일 상처는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팀 닥터에게 이 호의 몸 상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팀 닥터는 고민 끝에 '오케이' 사인을 냈다. 김 감독은 아무런 의심없이 이 호를 선발 출전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호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고슬기와 교체됐다.

이 호는 "뛰고 싶은 욕심이 컸다. 이 다리로 45분만 버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아니나다를까 결승전이 시작하자마자 느낌이 안좋았다"고 덧붙였다. 이 호는 참고 뛸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두 가지 이유를 공개했다. 첫째, 자신의 부탁으로 김 감독에게 부상 회복 정도를 눈감아 준 팀 닥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결승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신을 믿고 그라운드에 내보낸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줘야 했다. 이 호는 "최대한 티를 안내고 뛰려고 했다"며 머쓱해 했다.

김 감독은 큰 경기의 경험이 풍부한 이 호가 필요했다. 이 호는 2005년 울산에서 K-리그 정상에 섰다. 2008년에는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김동진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울산 소속으로 컵 대회 우승을 맛봤다. 이 호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비결로 단합과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규모가 큰 대회를 다가갈 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간 것 같다. 욕심없이 마음을 내려놓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즐겁게 하자'고 선수들끼리 마음을 다졌다. 힘든 원정 경기가 있었지만, 마음 속에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준비했던 것만 보여주자'는 마음이 컸다. 외부 요인에 크게 동요 안했다"고 말했다.

그간 울산에서의 힘든 생활은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 아내 양은지씨는 내조의 여왕이 따로 없다. 남편이 축구 외적으로 신경쓰지 않게 음식 등 특급 내조를 한다. 최근 말을 하게 된 큰 딸 지율과 둘째 딸 지아도 이 호가 살아가는 이유다. 이 호는 "가족은 어떤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힘이 된다. 우승한 뒤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나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아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부상이다. 이 호는 "다칠 수도 있는 직업이다보니 부상이 가장 걱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호는 12월 클럽월드컵 출전 이후 군입대를 해야 한다. 담담했다. 그는 "착잡한 마음은 없어졌다. 군대는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기에 모든 것은 내려놓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다. 특히 K-리그가 그리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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