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광주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답지 못했다

기사입력 2012-11-18 15:07


17일 K-리그 40라운드 성남 일화-광주FC전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답지 못했다. 홈 10경기 연속 무승의 성남은 광주를 상대로 3골을 먼저 넣고, 4골을 내주며 3대4로 역전패했다. 홈 11경기 무승을확정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 스스로 "17년 프로 인생에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광주의 그라운드 밖 모습 역시 씁쓸하긴 마찬가지였다. 경기 직후 최만희 광주 감독이 격분했다. 0-3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박병모 광주단장이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승리의 기쁨에 환호해야할 상황에서 남몰래 들끓던 집안싸움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성남, 3대4 충격의 역전패 홈 11경기 무승

한때 아시아를 호령했던 성남이 강등 위기의 리그 최하위 광주에게 대역전승을 헌납했다. '난놈' 신 감독이 자존심을 구겼다. '악몽'이었다. 성남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쳤다. 전반 2분과 21분 레이나가 2골, 전반 29분 에벨톤이 1골을 넣었다. 지난 6월9일 경남전 이후 11경기만에 홈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성남의 승리가 확실시 되던 상황에서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성남은 전반 38분 안동혁, 전반 44분 박희성에게 어이없이 2골을 내줬다. 후반전, 교체돼 들어온 복이, 주앙 파울로가 후반 1분, 후반 31분차례로 동점골, 역전골을 터뜨렸다. 성남은 맥없이 3대4로 주저앉았다. 대역전극은 '강등권' 광주에게는 기적, '홈 징크스' 성남에게는 치욕이었다.

물론 '공이 둥근' 축구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회자되는 2004~200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 리버풀의 결승전, AC밀란이 3골을 먼저 넣고, 리버풀이 3골을 따라붙었다. 승부차기에서 리버풀이 승리했다. 그러나 성남의 역전패는 단순한 스코어나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3골 이후 경기내용, 프로로서의 정신력이 문제였다.

전반 3골을 넣은 후 종료 직전 2골을 연거푸 허용한 신 감독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안동혁의 오버래핑에 번번이 뚫리는 왼쪽 수비라인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프타임 내내 수비진에게 안동혁의 크로스를 막으라는 주문을 여러번 했다. 후반전에 들어가자마자 안동혁의 크로스가 올라왔고 K-리그 최장신 복이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다. 실수가 반복됐다. 감독의 '족집게' 작전지시도 선수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동점골 이후 분위기는 광주쪽으로 넘어갔다. 주앙 파울로의 역전골은 성남에게 차라리 '재앙'이었다. 미드필더진이 수비과정에서 어이없이 공을 뺏기며 역전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집중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마지막 인저리타임 5분, 동점골을 향한 투혼마저 실종됐다. 신 감독은 "감독이 보드판에 그리는 대로 경기가 진행되는 건 아니다"라는 말로 좌절감을 토로했다. 선수들의 프로답지 못한 안이한 정신력이 문제였다.

프로라면 프로다워야 한다. 우승이 아니어도, 강등이 아니어도, 자신의 연봉과 자존심을 걸고 매경기 최선을 다해 나서야 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축구를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아내야 한다. 팬들과 구단, 스카우트들이 지켜보고 있다. 국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해외진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안에서 대충 뛰는 선수는 밖에서 결코 자리잡지 못한다. 광주전 직후 신 감독의 말대로 "프로라면 단 1명의 홈팬이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뛰어야" 옳다. 우승도 강등도 아닌 상황에서, 초겨울 칼바람속에 경기장을 찾는 홈팬들은 성남을 사랑하는, 진정한 팬이다. 무엇보다 5개월 넘게 홈에서 승리가 없었다는 건 프로로서 최악의 치욕이다.

최만희 광주 감독과 단장의 오해 해프닝

최 감독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치열한 강등권 다툼 중에 기적같은 대역전승을 거둔 직후다. 11경기만에 천금같은 승리를 따냈다. 거짓말 같은 승리에 힘겨운 강등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광주 선수단은 환호했다. 원정 온 서포터스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식 기자회견 직후 최 감독은 얼굴을 붉혔다. "기자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다"며 작정한 듯 말문을 열었다. 박병모 광주FC 단장을 향한 섭섭한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전반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단장이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단장이라는 사람이 0-3으로 지는 것을 보고 그냥 가버렸다. 수장이 돼가지고 선수들을 격려해주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팀이 지길 바라는 사람이랑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감독이 힘을 받겠냐"며 강력한 어조로 불만을 제기했다. 최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나간 직후 광주 구단 직원이 황급히 사태 수습에 나섰다. "감독님이 오해하셨다. 단장님은 아직 경기장 근처에 계신다.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성남 사무국장과 함께 VIP석에서 관전하셨다"고 해명했다. 강등권을 헤매는 구단의 기적적인 원정 승리였다. 선수들의 투혼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사실이든 해프닝든 감독과 단장의 때아닌 오해와 불편한 진실 공방은 프로답지 못했다. 극적인 승리 앞에서도 하나가 되지 못했다. 팀의 명운이 걸린 강등권 다툼속에 똘똘 뭉쳐도 모자랄 이 구단의 달콤한 승리 후 뒷맛은 씁쓸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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