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박경훈 감독이 경기중 자일에게 물병을 건네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09.23/
"우리가 우승 제물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얄궂은 운명이다. 2년 사이에 두번째로 우승의 갈림길에서 제주와 서울이 만난다. 첫번째는 2010년 챔피언결정전 때였다. 파죽지세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제주는 서울에 무릎을 꿇으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제주는 공교롭게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비슷한 시나리오를 맞이했다. 제주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을 만난다.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서울의 우승여부가 결정된다. 박 감독은 "서울이 시즌 내내 좋은 축구를 펼쳤다. 우승의 자격이 있다. 하지만 우리팀과의 경기에서 환호를 지르게 할 수는 없다. 2012년 K-리그사에 제주의 고개숙인 모습을 남게하고 싶지 않다"며 승부욕을 보였다.
박 감독이 서울전에 욕심을 보이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다. 제주는 올시즌 목표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복귀로 잡았다. 시즌 중반 부진으로 가능성이 멀어졌지만, 최근 4경기서 3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린 제주(승점 58·15승13무12패)는 4위 수원(승점 69·19승12무9패)과의 승점차를 11점까지 좁혔다. 3위 포항은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했다. 아직 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 박 감독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전에서 승리한다면 남은 경기 전승의 꿈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서울징크스다. 제주는 박 감독 부임 후 한번도 서울을 꺾지 못했다. 범위를 넓혀도 2008년 8월 27일 이후 5무9패의 절대열세다. 서울 홈에서는 최근 6경기동안 1무5패의 치욕스러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박 감독은 "내년 시즌 좋은 성적을 위해서도 반드시 서울 징크스를 깨야 한다. 내년에도 스플릿 시스템이 진행되는만큼 그룹A에 진입한다는 가정하에 서울과 4번의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올시즌 징크스를 깨고 편안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분위기는 좋다. 제주는 지난 부산 원정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원정징크스를 깼다. 제주는 부산전 승리 전까지 원정 15경기 무승(10무5패)를 이어갔다. 공격에서는 산토스의 복귀로 파괴력이 더해졌고, 한용수 오반석 두 신인수비수가 성장을 거듭하며 수비도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올시즌까지 서울과의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송진형의 공백이 아쉽지만, 권순형의 패싱력으로 커버하고자 한다. 마의 30골을 돌파한 데얀은 한용수와 마다스치의 적극적인 맨마킹으로 막을 생각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진 상황이다. 우리도 급하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무승부보다는 승부를 낼 수 있게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최용수 감독에게 미안하지만 반드시 서울을 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