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말춤, 감독은 말타고…, FC서울 우승 잔치 '요절복통'

기사입력 2012-11-25 18:25


2012 K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FC서울 최용수감독과 선수들이 25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도 1대0으로 승리한 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1.25/

선수들은 말춤을 췄고, 감독은 말을 타고 등장했다.

요란하고, 화려하고, 현란했다. FC서울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2년 K-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서울은 21일 제주를 꺾고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정상을 밟았다. 우승 시상식과 세리머니가 이날 전북과의 42라운드 후 열렸다. 그라운드에는 무지개색 종이가루로 가득했고, 선수단은 샴페인 세례로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챔피언 찬가'가 울려퍼지며 상암벌은 구름 위를 걸었다.

2위 전북은 잔칫상의 제물이었다. 전반 15분 몰리나가 마법같은 바이시클 킥으로 골문을 열자 주전은 물론 비주전 선수까지 그라운드에 등장, '기념촬영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띄웠다. 서포터스석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포즈로 색다른 추억을 선물하기 위한 선수들의 감사 인사였다. 서울은 몰리나의 골을 끝까지 잘지켜 우승 경쟁을 펼친 전북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뜨렸다. 1대0으로 승리했다. 또 다른 역사를 탄생시켰다. 서울은 승점 93점(28승9무5패)을 기록, 2003년 성남이 세운 K-리그 통산 최다 승점(91점)과 최다승(27승)을 갈아치웠다.

선수들이 퇴장한 후'축제의 장'이 열렸다. 장내 아나운서가 호명하는 순서대로 부모, 아내, 아들, 딸 등 가족과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주장 하대성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최용수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마지막으로 출연했다. 대형스크린을 통해 한 시즌의 추억을 여행하는 영상이 방영됐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고, 오늘 당당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2012년 K-리그 챔피언 FC서울입니다'라는 자막이 흐르자 잔잔한 감동이 흘렀다.

우승 메달 수여에 이어 하대성의 손에 우승컵이 전달되자 경기장 분위기가 고조됐다. 하대성이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종이가루가 쏟아지면서 폭죽이 터졌다. 환호성이 넘쳤고, 샴페인 세례로 선수들은 몸도, 마음도 환희에 젖었다.

클라이맥스는 우승 뒷풀이였다. 상상을 초월했다. 선수들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한 '서울 스타일'에 말춤을 추며 우승을 자축했다. 하대성에 이어 아디가 현란한 춤솜씨를 자랑했고, 정조국 몰리나 김진규 데얀이 등장했다. 최태욱이 아들, 딸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며 마무리되는 듯 했다.

시작에 불과했다. 최 감독이 진짜 '말춤'을 췄다. 선수들이 서포터스석 앞에 도열한 사이 최 감독이 말을 타고 경기장에 재등장했다. 과천에서 공수한 7세의 수컷 '아폴로'였다. 우승 세리머니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진땀을 뺐다. 환호성과 플래시 세례에 놀란 '아폴로'가 경기를 일으켰다. 그 순간 최 감독은 낙마할 뻔했다. 기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안정을 찾은 후에야 다시 행진했다. 그는 넥타이를 머리 위로 휘둘렀다. 하지만 낙마의 위험에 표정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최 감독의 '우승 수난'은 계속됐다. 말에서는 낙마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장난기'에 제대로 당했다. 결국 낙마했다. 마지막 헹가래를 받던 중 선수들이 그대로 떨어뜨려 버렸다.

'말 세리머니'는 최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2~3달전부터 생각해왔다. 싸이라는 친구가 강남 스타일로 한국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다들 말춤, 말춤 하길래 진짜 말을 데려오고 싶었다"고 했다. 말의 돌출행동에 대해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오늘 축제 분위기에 말이 혼자 딴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떨어질뻔해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동물이지만 오늘 같이 즐겼으면 좋았을 것인데, 말이 도와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입산 말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아폴로'는 국내산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의 도발에 대해서는 "이런 헹가레를 지도자 하면서 몇번이나 받겠나. 허리가 부러져도 어쩔수 없다. 기쁘다. 그리고 난 잘 다치지 않는다"며 천연덕스럽게 넘겼다. 서울의 우승 잔치도 K-리그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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