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12 K리그 그룹A(서울,전북,수원,울산,포항,부산,제주,경남)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2013년 승강제를 앞두고 15일부터 순위별 '그룹A'와 '그룹B'로 나눠 운영하는 '스플릿 시스템'을 시작하는 K리그는 1부 리그 잔류를 위한 하위 8팀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과 우승컵을 향한 상위 8팀끼리의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황선홍-최용수 감독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13/
27일 저녁이었다.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데얀과 몰리라를 뺄 예정입니다." 후배의 말에 진검승부를 바란 선배는 화들짝 놀랐다. "(큰 목소리로)뭐", 한 단어 외에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쉬움이 진했다.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4)과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41) 사이에 흐른 전류다. 두 사령탑은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틈이 나면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로 정이 두텁다.
서울과 포항은 챔피언이다. 서울은 K-리그, 포항은 FA컵을 제패했다.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성사된 정규리그와 FA컵 우승팀의 대결은 '종착역 슈퍼컵'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43라운드였다. 하지만 최 감독이 맞불을 피했다. 한 발 비켜섰다.
출전명단에는 외국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최 감독의 선택은 1.8군이었다. 데얀과 몰리나 뿐만 아니라 하대성 정조국 아디 에스쿠데로 등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주전은 고명진 김용대 김진규, 단 3명이었다. 8명을 비주전 선수들로 채웠다. 황 감독이 뿔났다. 하지만 상대 사령탑의 전략에 토를 달 순 없었다. 그는 경기 전 "(최)용수답지 않게 왜 그러죠. 솔직히 이런 경기가 더 부담된다. 선수들을 더 집중시켜야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최 감독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흘렀다.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다." 복선이 깔려있었다. 부상 대비가 첫 번째 이유였다. 서울은 이날 포항전을 포함해 14일간 무려 5경기를 치렀다. 데얀(30골)은 전북 이동국(26골)과 득점왕 경쟁 중이다. 몰리나는 사상 첫 한 시즌 '20(득점)-20(도움)' 클럽 가입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데몰리션도 피로를 호소했다. 21일 제주전(1대0 승)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25일 전북전(1대0 승)에서 우승 잔치까지 모두 끝낸 마당이다. 자칫 무리할 경우 부상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한 구상도 함께 호흡했다. 최 감독은 "이런 기회를 기다렸다. 나의 지도 철학은 평등이다. 그동안 기회를 못준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내년 시즌에 대비해 이날 경기를 통해 각자의 가치를 어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잔치를 위한 쉼표도 필요했다. 사흘 후인 12월 2일 홈에서 올시즌 마지막 경기인 부산전이 기다리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됐다. 최 감독은 "올시즌 우리는 연패가 없다. 그것도 시험하고 싶고, 마지막 부산전에서 깔끌한 마무리를 통해 홈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전하지 않은 1군 선수들은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했다.
포항은 아사모아를 제외하고 베스트로 전력을 꾸렸고, 결과는 서울의 참패였다. 포항은 조찬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서울을 5대0으로 대파했다. 두 번째 골을 터트린 중원사령관 황진성은 K-리그 14번째로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포항은 이날 제주에 1대2로 역전패한 수원(승점 73)을 따돌리고 3위(승점 74)를 탈환했다. 역전 우승에 실패, 진이 빠진 2위 전북은 경남 원정에서 1대2로 패했다. 이동국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침묵했다. 김호곤 감독이 시상식 참석으로 벤치를 비운 울산은 부산을 1대0으로 꺾었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