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부는 K-리그의 겨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춥게 느껴진다. 16명의 팀 중 10팀의 감독이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났다. K-리그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하다.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인 스플릿 시스템의 영향에서 K-리그 16개 팀 모두가 자유롭지 않았다. 새롭게 선임된 감독들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당장 내년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감독 한 명이 자신의 색깔이 내기 위해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축구계의 오랜 속설은 K-리그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느낌마저 든다.
이영표(35·밴쿠버)가 직격탄을 날렸다. "신문을 보니 올해 K-리그 감독이 10명이 바뀌었다더라. K-리그 관계자들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다."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이영표는 13일 서울 신문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K-리그 관중이 늘어나 더 많은 스폰서와 중계권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 시장이 커지고 축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즐거워져야 한다. 그러나 K-리그는 이기고 성적을 내는데 목적을 두는 것 같다. 10명의 지도자가 바뀐게 이게 한국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러면 내년에 10위 이하 팀 지도자는 또 잘릴 것이다. 순위는 매년 정해지는데 성적이 안난다고 감독이 매번 바뀐다면 한국축구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K-리그에서 물러난 감독들의 사임 배경에는 성적이 있었다. 이영표는 이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K-리그가 더 많은 팬들을 모으는게 급선무지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서도 성적이 안좋으면 경질이 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수입개선이다. 성적에 따라 수입의 속도가 달라진다.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그것도 못 나가는 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앞에 드러나는게 성적일 뿐, 이면을 들춰보면 수입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감독경질이) 말그대로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포커스가 잘못 맞춰져 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사우디아라비아 프리미어리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 각국 리그를 돌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생각이다. 가장 최근인 MLS의 예를 들었다. 이영표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한국 팬들은 대표팀 경기는 좋아하지만, K-리그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MLS에서는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찾아주고 만드는 모습을 봤다. 왜 K-리그를 봐야하고 찾아가야 하는지 이유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느낀 것은 마케팅은 이유없는 사람들에게 본인도 몰랐던 이유를 찾아주고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미국 유럽 남미, 심지어 중동도 해낸 관중몰이를 왜 한국에서 못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인들이 축구를 특별히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관중이 없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많은 이들이 생각을 바꿔야 K-리그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영표는 1년 더 현역생활을 이어간 뒤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밴쿠버가 현역생활과 동시에 구단 경영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제안을 해 남기로 결정했다. 이영표는 "현역생활 연장과 동시에 공부를 병행하고 싶다는 꿈을 밴쿠버에서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현역연장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