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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세(왼쪽).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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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이적사에 '부자' 기업구단과 '가난한' 시민구단이 한 선수를 두고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펼친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수원과 대전의 '정대세 쟁탈전'이 올시즌 K-리그 스토브리그 초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수원은 정대세 영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양쪽 합의가 끝난 상황이다.<스포츠조선 12월 12일자 단독보도> 여기에 대전이 전격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전종구 사장이 직접 쾰른까지 넘어가 정대세 설득작업을 펼쳤다. 수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전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 팀의 전쟁은 정대세가 인터뷰를 통해 "내가 가고 싶은 구단은 수원뿐"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수원의 승리로 끝나는 분위기다.
신선한 그림이다. 경쟁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다. 돈까지 개입된 문제다. 수원과 대전 관계자는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갔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흥미를 끌 수 밖에 없다. 대전은 수원의 불만은 다소 이해하지만, 정해진 룰 안에서 정당한 경쟁을 펼쳤다고 항변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서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구도까지 포함됐다.
사실 프로무대에서 선수 영입은 돈많은 구단이 주도한다. 당연하다. K-리그 이적시장은 빅클럽들의 독주 속에 다소 김빠진 모습이 많았다. '돈없는 구단'의 대표격인 대전의 영입전 참가는 그래서 눈에 띈다. 대전의 관계자는 "우리도 필요할때는 돈을 쓸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대세같은 스타를 영입하다면 구단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했다.
수원-대전의 치열한 전쟁 탓에 내년 시즌 재밌는 스토리가 하나 생겼다. '정대세 더비'가 그 것이다. 유럽에서는 자신의 팀을 거부한 선수에 대해서는 엄청난 야유로 응수한다. 바르셀로나 팬들은 '철천지 원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감행한 루이스 피구에게 썩은 고기, 핸드폰 등을 던지며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많은 관중이 모인 것은 물론이다. 대전팬들은 벌써부터 정대세가 수원을 선택할 시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정대세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며 벼르고 있다. 과거 '자줏빛 징크스(수원이 대전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징크스)'로 대표됐던 양 팀의 라이벌 의식이 이번 정대세 쟁탈전을 통해 재점화되고 있다.
이야깃거리는 많을 수록 좋다. 스포츠는 결국 스토리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몰입하게 하는 것은 그 경기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미국과 유럽 등 스포츠선진국에서 경기 프리뷰에 열을 올리고, 꾸준히 라이벌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관중이 몰리게 돼 있다. 수원과 대전의 정대세 쟁탈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과열경쟁으로 인한 몸값 폭등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적당히,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경쟁은 이루어져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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