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LIG의 거포'가 아닌 '찬찬찬이 아빠'로 우승 도전

최종수정 2013-01-15 08:36

NH농협 배구 V리그 KEPCO와 LIG손해보험의 경기가 20일 수원 실내 체육관에서 펼쳐졌다. 이경수가 강력한 스파이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1.20/

한때는 한국 최고의 거포였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몇 안되는 선수였다. 귀하신 몸이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그를 데려가려는 팀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었다. 그는 자신이 뛰고 싶은 팀을 선택했다. 논란이 일었다. 결국 1년 8개월간 국내 무대에서 뛰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10년이 지났다. 대표팀이 부를 때마다 군소리없이 응했다. 소속팀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몸이 성치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코트위를 누볐다.

그러는 동안 그도 나이를 먹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이다. 소속팀에서도 더이상 주역이 아니다. 대표팀에서도 은퇴했다. '거포'라는 타이틀도 붙지 않는다. 현역 생활의 끝이 보이는 시점이다.

그런 그가 최근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3라운드 5경기에 나서 세트당 평균 4.7득점을 했다. 1라운드 세트당 평균 2.52점, 2라운드 세트당 평균 1.66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시즌 세트당 3.44점보다도 더욱 높은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를 수원에서 만났다. LIG손해보험의 공격수 이경수다.

간절함 속 여유

이경수에게 회춘의 비결을 물었다. '간절함 속 여유'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반된 의미가 담겨있었다. 간절함은 '시간'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경수는 "나이가 들고보니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경기에 뛰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간절했다. 일분 일초가 아쉬웠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되더라"고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간절함과 동시에 마음이 다급해질 수 있다. 이경수가 말한 '여유'는 이 부분에 대한 답이었다. 이경수는 "보통 간절하면 다급하다. 내 상황을 보면 다급해질 수 있다. 내년에도 지금의 몸상태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여유'가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배구라는 것이 1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세트당 25점을 내야 끝난다. 예전에는 점수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1점에 목숨걸지 않는다. 경기 흐름을 읽는 여유가 생겼다. 다급하면 좋게 될 일이 없다. 여유를 가지면 시야가 넓어진다. '간절함 속 여유'를 갖추니 경기가 잘 풀리더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끝낸 이경수가 아들들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LIG손해보험
찬찬찬이를 위해 꼭 우승한다

이경수가 힘을 내는 또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가족이다. 이경수는 2005년 두살 연상의 이서정씨와 결혼했다. 찬혁(7) 찬준(3) 찬민(1) 3형제를 두고 있다. 이경수는 '찬찬찬이 아빠'로 불린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 이경수는 "가장이어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로 V-리그 우승을 선택한 것도 '찬찬찬이'를 위해서다. 예전에는 '찬찬찬이'가 어려 우승의 의미를 몰랐다. 이제는 찬찬찬이, 특히 첫째 찬혁이가 우승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경수는 생애 첫 V-리그 우승트로피를 아들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경수는 "아들들이 집에서 TV로 배구 경기를 본다. 내가 나올 때마다 난리가 난다더라. 스파이크 할 때마다 쿵쾅쾅 뛰면서 따라한다. 사랑하는 찬찬찬이를 위해 꼭 우승트로피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100%를 쏟아야 우승한다

조심스럽게 우승 확률에 대해 물었다. 이경수는 말을 아꼈다. 곰곰히 생각한 뒤 "변수가 너무나 많다"고 했다. 이어 "시즌 전체 가운데 이제 반을 막 돌았을 뿐이다. 아직 3개 라운드가 남았다.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한 숨을 쉰 이경수는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 내가 100%를 쏟아내야 우승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신의 몫을 다해야만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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