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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14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가졌다. 박종우가 슛팅을 시도하고 있다. 화성=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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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 박종우(24·부산)의 이름이 최강희호에서 사라졌다.
박종우는 다음달 6일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벌어질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예견된 일이다. 박종우는 지난달 3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41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5, 6차전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징계가 없었더라도 박종우가 크로아티아전에 발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한다. 현재 상태로는 국가대표에 뽑힐 실력이 안된다는 냉정한 평가다. 박종우는 '그날 그 사건' 이후 심리적, 육체적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4개월간 박종우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해 말, 한국은 박종우(24·부산)의 '독도 세리머니'로 들썩거렸다. 박종우는 8월 11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2대0 승리가 확정된 후, 관중석에서 한 팬이 건넨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를 문제 삼았다.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정치적인 행위나 언행, 선전활동을 엄격하게 금지한다'는 헌장 50조를 위반했다고 했다. 박종우는 이튿날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메달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박종우는 혼자 끙끙 앓았다. 축제의 분위기를 망칠까봐 내색도 하지 않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메달을 못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되나', '군대도 가야 한다면 뛴 것이 뭐가 되나'라는 수많은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뒤 팬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비난보다 응원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덕분에 박종우는 스타덤에 올랐다.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트위터 팔로워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자신의 이름을 몰랐던 팬들조차도 "아, 독도 그 사람, 런던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 딴 선수"라며 알아본단다. 편지와 선물이 쇄도했다. 직접 클럽하우스에 찾아오는 팬들도 많았다. 광고와 방송출연 제의도 물밀듯이 밀려왔다. 주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박종우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지난해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부터 최강희호에 합류했다. 그러나 박종우는 올림픽 때 보여줬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10월 16일 이란과의 4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0대1 패배를 막지 못했다. 11월 14일 호주와의 친선경기에서도 90분간 뛰었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모든 짐을 내려놓지 못한 흔적은 K-리그에서도 나타났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투지넘치고 터프한 플레이가 실종됐다. 박종우는 결국 2군으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박종우는 아직 '찜찜'하다. 동메달 수여 여부가 결정이 나지 않았다. 지난 아픔을 완벽하게 씻어내진 못했다. 최종예선 5, 6차전에도 나서지 못한다. 그러나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성장통으로 인해 안팎으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경기력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경기력 향상도 이뤄야 한다. 세밀함을 좀 더 키워야 한다. '독도 세리머니'의 효과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켜보는 팬들의 눈이 많다. 새시즌 당장 올림픽에서 펄펄 날던 박종우를 기대할 팬들이 많을 것이다. 깜짝 활약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지난해만큼 중요한 시기다. K-리그 활약을 토대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로 발탁될 수 있다.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된만큼 그 수준에 맞는 인성을 보여줘야 한다. 윤성효 부산 신임 감독은 "최근 박종우와 개인상담을 했다. '독도 세리머니' 때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선 희생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박종우의 2013년은 또 다른 도약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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