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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시대'가 열렸다. 현대가(家)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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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과 소통
한국 축구는 정몽준 명예회장이 1993년 축구 대권을 잡은 후 20년간 현대가의 영향력에 있었다. 이날 협회장에서 물러난 조 회장도 정 명예회장이 뿌린 씨앗이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핏줄은 거부할 수 없지만 대통합과 소통을 위해서는 현대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귀가 열리고,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광폭 행보가 수반돼야 한다. 음지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는 일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사탕발림'에 넘어가서도 안된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4년 후 선거에서 불협화음 없이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적쇄신 통한 과거청산
조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는 이미 파산 선고를 받았다.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의 밀실 경질,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 지불,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저자세 외교 등 실정으로 빛을 잃었다. 민심도 이반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정 회장은 인적쇄신을 통해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김주성 사무총장과 '낙하산 인사'인 김석현 사무차장 등 도마에 올랐던 인사의 교체는 불가피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사무총장은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조직 관리, 회계, 마케팅, 영업 등 다방면에 걸쳐 실무 행정 지식이 있어야 한다.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야와 여를 아우를 수 있는 객관적인 인물의 중용이 절실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면 곤란하다.
정 회장은 이날 "누가 여야인지 구분할 이유가 없다. 난 과거에 진 빚도 없고 약속한 것도 없다. 어느 분이든 축구발전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채택하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상생
프로축구연맹이 출범한 것은 1994년이다. 초대 회장은 당시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겸임했다. 그는 1998년까지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을 동시에 이끌었다. 정몽규 회장은 프로연맹이 배출한 첫 축구협회장이다. 그는 2011년 프로연맹 수장에 올랐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했다.
축구협회의 경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현안이지만 K-리그를 살리는 데도 힘을 보태야 한다. 프로연맹 총재 출신이 축구협회장에 올라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구현돼야 한다. K-리그가 탄력을 받아야 한국 축구도 건강해진다. 상생을 위해서는 축구협회의 양보도 필요하다. A매치와 K-리그 중계권을 패키지로 묶는 해법, 관중 증대,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아마추어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을 들여야 한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대표팀에 편중되는 일방적인 행정으로 원성을 샀다. 아마추어 축구와도 함께 가야 한다. 정 회장은 모든 축구인으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는 인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