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석영"레드냅 감독이 빅스타로 키워주겠다고.,,"

기사입력 2013-01-30 08: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QPR 입단을 확정한 윤석영은 런던의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렀다. 시차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몸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새벽에 호텔앞 들판을 달리고, 호텔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저녁엔 수영장 물살을 갈랐다. 축구선수가 된 초등학교 5학년 이후 줄곧 간절했던 유럽 진출의 꿈은 이뤘다. 이젠 유럽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왼쪽풀백이 되는 것이 꿈이다. 향후 8년 동안은 축구에만 올인할 생각이다. "진짜 제대로 한번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태국 전지훈련갈 때 입었던 얇은 겉옷 한벌이 전부였다. 윤석영(23·퀸즈파크레인저스, 이하 QPR)은 "방금 쇼핑몰에 가서 두꺼운 옷을 사왔다"며 웃었다.

태국 전훈 짐가방을 싸들고 런던으로 이동했다. 내심 기대했지만 결코 예정된 수순은 아니었다. 풀럼의 테스트 제안(22일)→전남의 거절(23일)→QPR의 공식 오퍼(23일)→전남 전격합의 및 발표(24일)→ 풀럼의 공식 오퍼(25일)→선수의 고민→ QPR 메디컬테스트 통과, 계약합의(26일)로 이어진 '반전이적'의 과정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이적과정 중 가장 짧았지만, 가장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스스로 "축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했다. 반나절만에 QPR 유니폼을 최종선택한 윤석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제 후련하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왼쪽풀백을 꿈꾸는 11번째 프리미어리거, 윤석영이 '반전이적' 풀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축구 인생 최대의 고민 "행복한 고민? 많이 힘들었다"

풀럼 이적설이 불거지던 무렵의 얘기부터 시작했다. "(20일경) 풀럼에서 제안이 왔다. 입단테스트가 아니라, 몸상태를 좀 확인해보고 싶다며 와달라고 했다. 금액은 구체적으로 나온 상태였지만, 팀 전훈중에 확실한 오퍼도 아닌데 움직이는 건 아닌 것같았다. 구단도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존 에이전트와 계약이 끝난 윤석영은 복수의 에이전트에게 위임장을 발급했다. 불과 2~3일 후인 23일 다른 에이전트를 통해 QPR의 공식 오퍼가 들어왔다. "QPR의 오퍼에 구단이 일사천리로 합의했다. 정말 좋긴 한데 이적시장이 남아있어 확신하진 못한 상태였다. 아버지랑 얘기하면서 가야겠구나 했다. 다른 오퍼가 없는 상황이었고, 하석주 감독님이 구단끼리 다 얘기됐다고, 런던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마지막날, 태국팀과의 연습경기 3쿼터에 출전해 30분 뛰었는데 0-0 상황에서 내가 얻어낸 PK를 직접 찼다. 한골 넣고 팀에 마지막 승리를 선사한 후 런던으로 넘어왔다."

25일 부랴부랴 런던에 도착한 후 돌발변수가 생겼다. 혼란에 빠졌다. "런던에 도착했는데 풀럼에서도 오퍼가 왔다는 거다. QPR은 하루빨리 사인하길 원했다. 워크퍼밋 발급에 시간이 걸리니 얼른 메디컬테스트를 해야한다며 독촉했다. 전남 구단이 QPR행을 공식발표한 걸 런던에 와서 알았다. 난 '풀럼 오퍼'를 듣고 심사숙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50대50이었다. 그래서 트위터에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고 썼다. 생각이 많아졌다. 아버지와 대화도 많이 하고, 축구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같다. 보시는 분들에겐 '행복한 고민'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8시간 넘게 통화하고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결국 자신의 길은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박)지성이형이 있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많았다. 무엇보다 구단끼리 합의, 공표가 된 상황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신의를 말하는 구단의 입장을 이해했다. QPR로 결정해서 온 건데 갑자기 풀럼 변수가 등장했다. "풀럼이 한발 늦은 거죠." 시간이 있었다면 양쪽을 두고 충분히 고민했을 텐데 여유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 "풀럼에 가나 QPR에 가나 좋은 경험을 하는 거고, 큰물에서 많은 걸 배우는 거라 생각했어요. 어느 기사에 주전보장 받아서 QPR을 택한 거라고 썼던데 주전보장? 그런 게 어딨어요." 결국 도전할 가치가 있는 팀으로 QPR을 택했다. "QPR에 가서 기적을 써보자 생각했죠."

해리 레드냅 감독과의 면담 후 QPR행 최종확정


QPR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기 전 마지막 확인작업을 거쳤다. 23세 젊은이 윤석영은 당차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애제자답게 긍정적인 멘탈과 강인한 정신력을 겸비했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감독이 정말 나를 원하는지 알아야 확신이 들 것같았다. "면담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바로 오케이하더라고요. 레드냅 감독님이 직접 '우린 너를 원한다'면서 '런던올림픽을 지켜봤고 다른 경기도 봤다. 좋은 선수, '빅스타'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셨어요. '빅스타'란 영어만 몇번 들리더라고요. 하하."

레드냅 감독과의 면담은 QPR행 결심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레드냅 감독은 FA컵 32강전을 하루 앞두고 윤석영과 만나며 영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서울 줄 알았는데 눈이 살짝 풀려서 그런지 순한 동네아저씨 같았어요"라며 첫인상을 전했다.

모두가 우려하는 강등권 팀 선택에 대해서도 윤석영은 긍정적이었다. "흥미로운 것같아요. 전남이 강등권 싸움에서 힘들게 잔류한 후, 전쟁이 끝난 줄 알았는데 3개월만에 다시 전쟁통에 뛰어들게 됐네요. 제가 그 부분에 있어선 지성이형보다 경험자"라며 농담을 했다. "좋은 경험이 될 것같아요. 한국축구와 영국축구의 강등권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지 몸소 비교도 해볼 수 있고…." 공교롭게도 '절친' 오재석(감바 오사카)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박정빈(그로이터 퓌르트) 등이 각 리그에서 강등 탈출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분명히 한국축구 미래에 있어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힘든 싸움을 통해 나중에 한국축구에 위기가 있을 때도 이겨낼 노하우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 감독님도 일본에서 강등 싸움 해보신 경험 덕분에 전남선수들을 부담없이 뛰게 하면서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 경험만큼 헤쳐나갈 방법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성실맨' 윤석영은 런던에서도 몸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런던 호텔앞 들판을 달리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밤에는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른다. "한발짝 더 왔으니까, 이제 진짜 시작이죠. 2009년 프로데뷔할 때보다 더 간절하게, 또 즐겁게 해야죠."

워크퍼밋 절차와 A대표팀 소집 일정으로 인해 2월6일 크로아티아전 이후 새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몸상태를 "70~80%"로 진단했다. 현재 위치를 "전반 10분, 경고 1개 받고, 어시스트 1개 한 상황"에 비유했다. 아직 80분이 남았다. "아직 어린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향후 8년 정도는 모든 걸 접고 축구에만 올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윤석영의 최종 꿈은 "유럽에서 인정받고, 최고의 클럽에서 에브라, 애슐리 콜 못잖은 최고의 왼쪽풀백이 되는 것"이다. 위대한 꿈을 향한 첫 발자국을 찍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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