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훈련 '국대 조연들', 그들의 기량은?

기사입력 2013-02-12 10:34


◇포항 스틸러스 선수단의 볼뺏기 시간에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인 포항 선수단이 훈련 전 볼뺏기로 몸을 풀고 있다. 안탈리아(터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볼뺏기는 흔히 몸풀기 운동으로 꼽힌다.

6~8명의 선수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1~2명의 선수가 안에 들어가 원터치로 이어지는 볼을 뺏기 위해 사방을 뛰어 다닌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안에서 뛰는 이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인게 볼뺏기다. 하지만 패스 뿐만 아니라 상황판단과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인 만큼 허투루 할 수 없는 준비운동이다. 클럽과 대표팀, 심지어 아마추어 조기 축구회에서도 필수 운동으로 꼽히는 이유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 훈련 중인 포항 스틸러스 역시 훈련의 시작은 볼뺏기로 출발한다. 재미있는 것은 황선홍 감독과 강 철 수석코치, 윤희준 코치 등 일명 '깍두기 선수'들이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한 28명의 필드 플레이어 사이에 끼어 한 때 날렸던 기량 뽐내기에 바쁘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현역시절 기량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 끼어 스스럼 없이 운동을 하면서 자칫 굳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반복되는 훈련으로 지친 선수들을 위한 일종의 감초 역할이다. 볼을 뺏지 못하는 사이 패스가 이어진 숫자를 세 호텔 내 매점에서 부식을 쏘는 내기가 심심찮게 걸리곤 한다.

강 수석코치의 기량이 가장 돋보인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엄청난 활동 반경을 자랑하며 볼을 돌리는 선수들을 쫓는다. 공중으로 볼을 띄울 때는 몸싸움도 주저하지 않는다. 약이 오르기 시작하면 태클까지 시도하면서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곤 한다. 부산과 전남을 거친 수비수 출신인 윤 코치는 볼을 끊는데 일가견이 있었던 현역 시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볼 위치에 상관없이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좀처럼 볼이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공중으로 붕 뜨기라도 하면 상대 선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황 감독은 매번 고개를 숙인다. 볼 뺏기는 고난의 시간이다. 코치와 선수 모두 황 감독 차례가 돌아오면 볼 돌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기를 쓰고 달려들어도 뺏기가 쉽지 않다. 실수를 유발해 기회를 만드는 경우도 잦지만, 대개 20회 이상 패스가 오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볼이 돌아가는 숫자를 낮게 불러봐도 선수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그래도 즐거운지 황 감독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예전엔 감독님 이미지만 보고 무뚝뚝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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