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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경기 후 진행되는 회복훈련은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이뤄진다. 선수들은 힘을 빼고 달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경기장 전체를 10바퀴 이상 도는 만큼, 일반인에게는 버거운 코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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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1m73의 키에 가늠하기 힘든 체중, 축구 경력은 동호회 팀 공격수가 전부다.
인정한다. 평균치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조건이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 축구팬이라면 한 번쯤을 꿈꾸는 '그것'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강철전사' 포항 스틸러스 선수단의 문을 두드렸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다리 아파서 집에 제대로 갈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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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고참 노병준의 핀잔을 들은 뒤 속도를 다시 맞춰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여전히 달리는 선수들이 뒤편에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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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훈련? 사람 잡는다!
7일(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 풋볼센터에서 진행된 포항 선수단 훈련에 참가했다.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복에 축구화까지 맞춰 신고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 철 수석코치가 씩 웃는다. "얘들아, 신입 선수 들어왔다~." 그리 멀지 않은 훈련장에 도착 후 라커룸을 나오자마자 주어진 임무는 아이스박스 옮기기였다. 막내들이 주로 전담하는 일이다. 밑바닥부터의 시작은 각오했던 일이다.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선수들 동작이 굼뜬 게 못마땅했던지 윤희준 코치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빨리빨리 안나오지!"
졸지에 300m 거리 훈련장까지 물통을 가득채운 아이스박스를 들고 뛰었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체력이 시작부터 바닥났다. 간신히 훈련장에 도착하자 강 수석코치는 "몸이나 풀고 오라"며 회복훈련팀으로 눈짓을 보냈다. 가벼운 러닝으로 마치는 회복훈련 참가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오판이었다. 느긋하게 뛰는 선수들과 달리 발은 천근만근이 됐다. 박성호와 함께 뛰던 최고참 노병준이 후배 이명주를 보더니 "야, 신입이 왜 이리 못뛰냐. 교육 좀 시켜"라며 껄껄 웃는다. 보조를 맞춰 뛰어주던 문창진이 비수를 꽂았다. "이 정도면 거의 운동 안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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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코디네이트 프로그램은 훈련기간 중 실제 경기에서 쓰는 순간적인 파워와 스피드,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7단계의 코스다. 투입 지시를 받기 전까지 반복적인 훈련이 진행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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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같은 훈련, 기억은 저편으로
사람 잡는 회복훈련(?)을 마친 뒤 연습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경기장 옆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플라비우 피지컬 코치와 윤 코치가 경기 투입을 기다리는 후보 선수들을 모아놓고 코디네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장애물을 뛰어 넘는 1단계부터 5~6차례 지그재그로 왕복을 반복하는 7단계까지를 한 세트로 잡아놓고 선수들을 조련하기 시작했다. 윤 코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입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 순간 파워를 쓰는데 중점을 맞춘다. 점점 강도를 높인다. 90분을 뛴 것과 비슷한 효과를 만드는 훈련"이라고 소개했다. 내리는 비 속에 문규현 등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5분이 지나자 땀이 줄줄 나고 숨이 턱턱 막힌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플라비우 코치가 말했다. "힘들어? 괜찮아? 파이팅!" 선수들은 한 단계를 마칠 때마다 "1㎏ 빠졌다~"며 박수를 쳤다. 전반 45분이 마무리 될 때까지 훈련이 반복됐다. 윤 코치는 "오늘은 최고 강도로 한 편이다. 아마 내일 몸이 엄청나게 쑤실 것"이라고 웃었다. 플라비우 코치는 기자가 대견했는지 껄껄 웃으며 손수 스트레칭을 도와준 뒤 엄지를 치켜 올렸다. 기자는 머릿 속이 하얗게 된지 오래였다. 희미한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K-리거로 가는 길은 상상 이상으로 멀고도 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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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후반전에는 벤치에 앉아 연습경기 투입을 기다렸다. 연습경기지만 실전보다 더 거친 플레이가 난무하는 그라운드로 들어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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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서 지켜보는 그라운드의 매력
후반전은 벤치에서 출전지시를 기다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몰도바리그 소속인 짐브루와의 경기였다. 1-0으로 앞선채 돌입한 후반전 휘슬이 울렸다. 기나긴 기다림이었다. 황 감독과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던 강 수석코치가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경기는 3대0, 포항의 완승으로 마무리 됐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1.5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압도한 멋진 승리였다. 달아오른 벤치의 분위기는 지난해 후반기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채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연파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감동의 여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냉정한 평가의 시간이 다가왔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황 감독이 천천히 걸어온다. 그는 "훈련 모습을 잘 봤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맞지 않는 선수인 것 같다. 앞으로 더 노력한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입단테스트는 불합격"이라고 통보했다. 냉정했다. 고개를 푹 숙인 기자의 모습에 황 감독이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를 청했다.
훈련과 경기에 직접 참가하면서 지켜 본 포항 선수단은 가족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 맞았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단 모두 규율 속에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내로라 하는 스타는 없지만, 개개인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40년 역사와 전통으로 일궈낸 'K-리그 명가'의 힘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안탈리아(터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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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황선홍 포항 감독의 평가는 '불합격'이었다. 황 감독이 낙담하는 기자를 향해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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