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호, 조광래 '경남 레저드', 여고팀에 승리

기사입력 2013-03-10 17:51


◇조광래 감독. 사진제공=경남FC

"무릎이 아파 5분도 못 뛸 것 같다", "난 장딴지가 안 좋은데. 테이핑한 것 봐라"….

지휘봉을 잡은 김 호 감독(69)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엄살이 유난히 심했다. 휘슬이 울리자 부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레전드, 그 이름은 퇴색되지 않았다.

중원은 '컴퓨터 링커' 조광래(59)와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의 주인공 박창선(59)이 이끌었다. 중앙수비에는 '아시아 최고의 스토퍼' 정용환(53)과 '물귀신' 최영일(47)이 포진했다. 왼쪽 윙백에는 정종선(47)과 72세의 서윤찬이 섰다. 공격은 박상인(61) 박양하(51) 신홍기(45) 조정현(44)이 이끌었다. 후반에는 노흥섭(66) 이차만(63) 박항서(56) 등이 투입됐다.

상대는 여자축구의 얼굴 여민지를 배출한 경남 함안 대산고. 레전드들은 전후반 20분씩 40분간 손녀, 딸 같은 여고생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뒹굴었다. 경남FC가 10일 K-리그 클래식 홈개막전 오픈경기로 야심차게 마련한 무대다. 경남 지역은 축구 열기가 뜨겁고 뛰어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현직 축구대표 선수만 합쳐도 50여명에 이른다.

휘슬이 울리자 세월이 느껴지는 듯 했다. 볼처리가 다소 둔탁했다. 하지만 5분여가 지난 후 땀이 흐르기 시작하자 달라졌다. 조광래의 패스는 정확했고, 정용화과 최영일의 수비도 듬직했다. 여기저기에서 "살아있네"라는 탄성이 터졌다. 김 감독은 최고령인 서윤찬에게 "살살 뛰소"라며 웃었다. 박상인이 결정적인 찬스를 실수하자 이름을 부르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첫 골이 터졌다. 소장파인 조정현의 패스를 A대표팀 코치인 신홍기가 골로 연결했다. 레전드들은 수많은 눈을 의식, 여고생들과 과격한 몸싸움도 불사하며 뛰고 또 뛰었다. 경기 종료 직전 박상인이 한 골을 더 보내 2대0으로 승리했다. 여고생들이 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김 감독은 "세월만 흘렀을 뿐이다. 이기고 싶었는데 승리해서 기쁘다"며 환하게 웃은 후 "이런 기회들이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스라이 멀어져간 전설의 페이지들은 여전히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창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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