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수원 원정에 임했던 강원의 아쉬움은 상당했다. 그 중 가장 안타깝고도 실망스러웠던 건 지쿠의 부진. 김학범 감독은 지쿠를 전반전엔 왼쪽 날개, 후반전엔 중앙에 포진시켰는데, 기대했던 '한 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 강등권 혈투 속 강원을 구원해내며 팬들 사이에서 신(神)이라 불렸던 이 선수는 지난 라운드 부산 원정에서도 2-0으로 뒤지던 경기를 2-2로 만들어놓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이번만큼은 그 힘이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쿠의 포지션과 김학범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속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연관 지어보자면 그 아쉬움은 더하다.
그깟 한 경기라고 보기엔 도사리는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우선 경기를 풀어나갈 지쿠에게 생각만큼의 패스가 공급되지 못했던 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정대세-조동건 투톱이 수시로 위아래로 움직이며 압박에 동참한 수원의 전방을 상대로한 강원 수비진의 볼 처리는 그리 깔끔하지 못했으며, 김두현-조지훈과의 허리 싸움에서 보인 공격 전개의 흐름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 아무리 지쿠 신(神)이라고 하지만, 그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능력까지는 없는 법. 지쿠 매직이 나오려면 일단은 이 선수의 발밑으로 볼을 운반할 수 있는 동료들의 패스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줄기차게 나올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쿠에게 볼이 전달된 뒤에 일어났다. 수원의 흐름이 소강상태에 이르렀을 때, 강원의 전진 또한 어느 정도는 이뤄졌던 편인데 지쿠가 패스를 받기만 하면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진은 이 선수를 둘러싸곤 했다. 3~4명은 족히 버티고 있었던 상대를 향해 볼을 몰고 가다 빼앗기기를 반복하던 그를 두고 '박지성의 팀 동료 타랍이 보였다.' 평을 내릴 수도 있겠으나, 지난해부터 K리그에서 뛴 이 선수는 절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수준 높은 패스로 훌륭한 연계 플레이를 펼쳐 보이며, 필요할 땐 본인이 직접 해결도 할 줄 아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막혔으니 강원의 공격 맥도 시들고 말았다.
강원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건 이런 문제점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 지쿠는 지난 시즌 강원으로 임대된 뒤 스플릿 일정에 접어들어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었는데, 당시엔 김학범 감독의 '지쿠 활용법'에 대해 상대 팀들의 대비도 부족했을뿐더러 맞대결을 펼친 팀들의 객관적 전력도 그리 높지는 않았던 편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확실한 대응 방법을 펼치는 팀들이 나타날 것이고, 특히 강팀들을 상대할 땐 지쿠답지 못한 답답한 모습이 더욱더 많이 연출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지쿠가 김남일이라는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버티고 있던 인천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것처럼 말이다.
지쿠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건 뻔한 일이다. 결국 이 선수를 살려내는 것이 강원의 최우선 과제인 셈, 이를 위해선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김학범 감독이 수원의 승리 요인으로 "상대가 한 발자국 더 뛰었다."는 언급을 했듯, 강원 공격진들도 보다 역동적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기 흐름상 꾸준히 밀고 올라오는 상대 탓에 측면 수비의 적극적인 오버랩이 따르지 못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도 수비적인 부담 속에서 허우적댈 때, 앞선에 위치한 김은중을 비롯 김진용, 한동원 등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상대를 흔들어주지 못하면 지쿠는 또다시 묶일 수밖에 없다. 축구란 것이 개인 스포츠도 아닐뿐더러, 지쿠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지난해에도 그래 왔듯 지쿠가 살았을 때, 비로소 강원도 살 수 있음은 확실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