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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축구가 위기다. 한때 아시아 정상을 넘보던 여자 축구는 '숙적' 일본이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사이 역주행해 변방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1년에는 각급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도 맛봤다. 20세 이하 대표팀이 본선 개최국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의 개최권 반납, 본선 진출국인 일본의 대체 개최로 한 장 남은 본선 출전권을 '거저' 얻었다. 어렵사리 16강에 올랐으나 일본에 1대3으로 완패하면서 수준차를 절감했다. 젖줄인 WK-리그는 팀 해체와 엉성한 행정으로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여자 축구계 관계자들은 "박은선이 제대로 커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여자 축구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무단 이탈과 자격정지를 반복하면서 방황했던 박은선의 부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시즌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면서 우려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손종석 스포츠토토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했다. 옛 기량을 되찾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제자의 부활에도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예전처럼 혼자서 경기를 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오랜 기간을 쉬면서 떨어진 기술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긍정적인 전망까지 숨기진 않았다. 서 감독은 "예전에는 경기 중 패스 미스를 해도 당연한 줄 알았지만, 지금은 동료들에게 미안해 할 줄 안다"면서 "용수철처럼 튀던 성격이 동계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숙한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박)은선이가 이제야 자신이 축구를 왜 하는지에 대해 아는 것 같다"고 봤다.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던 지난날은 훌훌 털어냈다. 멀어졌던 팬들의 신뢰도 실력으로 쌓아가고 있다. 박은선이 꾸준히 활약을 이어 나간다면 여자축구가 부활 찬가를 부를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남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