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침 싱가포르의 아마라 호텔. 김대용 국제심판은 아침 미팅을 위해 호텔 로비로 향했다. 중요한 날이었다. 김 심판은 이날 저녁 싱가포르 잘란 베사르 경기장에서 열리는 템파인 로버스(싱가포르)와 이스트 벵갈(인도)과의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컵 H조 4차전에 대기심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주심과 부심을 맡은 레바논 심판진 3명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 감독관이 왔다. 그는 김 심판에게 "오늘 심판진이 바뀔 것이다"고 했다.
김 심판의 머리 속에는 그동안 일어난 '이상했던' 일들이 지나갔다. 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 심판은 알리 사바그와 알리 에이드, 압달라 타렙 등 레바논 심판진 3명과 인사를 나누었다. 첫 만남은 대면대면했다. 레바논 심판들은 영어에 능통하지 않았다. 몇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어색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레바논 심판들이 뭔가 이상했다. 정해진 운동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오지도 않았다. 자기네들끼리만 어울렸다.
경기 전날 분위기는 더욱 이상했다. 로비에 내려가니 레바논 심판 3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계속 휴대전화를 만지작댔다. 누군가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김 심판은 눈인사만 나누고 방으로 올라가 잤다.
밤 사이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싱가포르 경찰들이 레바논 심판들의 방을 덮쳤다. 레바논 심판들의 침대에는 전라의 여성들이 함께 있었다. 긴급체포된 이들의 죄목은 '승부조작 연루'였다. 레바논 심판진들이 들어오던 날 싱가포르 범죄 조직이 은밀히 이들에게 접근했다. 승부조작을 제의했다. 침대 위 전라 여성들은 범죄조직이 제공한 '선물'이었다.
AFC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경기 취소까지 고려했다. AFC는 대체 심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인접 국가인 태국에서 국제 심판들을 공수해왔다. 김 심판은 경기 시작 4시간 전 싱가포르로 날아온 태국 심판들과 함께 대기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경기는 이스트 벵갈의 4대2 승리로 끝났다. 현재 SHB 다낭(베트남)과 켈란탄(말레이시아)과의 경기를 위해 베트남에 있는 김 심판은 "정말 황당했다. 심판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체포된 레바논 심판들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징역 5년 혹은 8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싱가포르 부패행위 조사국(CPIB)은 레바논 심판들을 통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싱가포르 사업가를 체포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