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왜]서정원의 '패기' 잡은 김호곤의 '노련미'

최종수정 2013-05-13 08:05

1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후반 19분 울산의 마스다가 결승골을 넣자 울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노련한 베테랑 감독과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이 맞부딪혔다. 김호곤 울산 감독(62)이 11일 홈으로 서정원 수원 감독(43)을 불러들였다.

울산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는 치열했다. 양 팀 모두 승점 3점이 절실했다. 울산은 최근 3경기에서 1무2패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를 놓치면 중위권 추락을 피할 수 없었다. 수원은 이전까지 클래식 2연승을 달렸다. 울산을 잡고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했다.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후반 19분 일본인 미드필더 마스다가 결승골을 넣었다. 1대0으로 승리한 울산은 승점 3점을 챙겼다. 울산 승리 뒤에는 경험을 앞세운 김 감독의 노련함이 있었다.

베테랑, 독오른 선수들을 주목하다

김 감독은 변화를 모색했다. 하피냐와 까이끼, 호베르토가 모두 부상이었다. 김신욱 혼자서 고군분투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김 감독은 "공격에서 부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측면에서 풀어주어야 하는데 좋지가 않다"고 했다. 깜짝 카드를 내놓았다. 김용태와 박용지였다.

프로 8년차 김용태는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올 시즌 클래식에서 단 한차례 교체 출전했다. 고창현 김승용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독이 바짝 올라 있었다. 8일 이천시청과의 FA컵 3라운드에서 교체출전해 1골을 넣었다. 신인 박용지는 줄곧 교체로만 뛰었다. 선발 출전에 대한 열망이 컸다. FA컵 3라운드에서 선발출전했다. 가능성이 보였다. 김용태와 박용지 모두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1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서정원 수원 감독과 김호곤 울산 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루키 감독의 통큰 결정

수원은 전 포지션에 부상 선수들이 즐비했다. 조동건 김두현 최재수 곽희주 홍순학 이종민이 이날 경기에서 나서지 못했다. 고심 끝에 서 감독은 통큰 결정을 내렸다. 신인들을 대거 기용했다. 출전명단 18명 가운데 8명이 23세 이하였다. 홍 철 민상기 신세계는 선발출전했다. 대기 멤버 7명 중에선 골키퍼 이상기와 수비수 곽광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23세 이하였다.


서 감독은 "클래식은 각 팀간의 경기력 차이가 크지 않다. 매 경기 모두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나 주전 선수들만 기용한다면 팀에 변화를 꾀할 수 없다. 뒤에 있는(후보라는 뜻) 어린 선수들을 믿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만약 지더라도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뒤에 있는 선수들이 성장하면 팀도 따라서 큰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을 앞세운 수원은 패기가 넘쳤다. 전반전 좋은 찬스를 수차례 만들었다. 전반 25분 정대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라돈치치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쉽게도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37분에는 2선에서 날아온 로빙 패스를 정대세가 아쉽게 놓쳤다. 39분에는 라돈치치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나왔다. 서 감독은 웃음 지으면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베테랑의 선택

김호곤 감독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다독였다. "잘하고 있다. 상대의 공격에 흔들리지 말자. 계속 하던대로만 하면 기회는 온다"고 했다. 동시에 일본인 미드필더 마스다에게는 "공격에 조금 더 가담해라"고 주문했다.

후반 19분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김성환의 롱 스로인이 수원 문전으로 향했다. 수원 수비수와 울산 공격수들이 경합했다. 수원 수비수의 머리를 맞은 볼이 뒤로 흘렀다. 빈 공간에 홀로 있던 마스다가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수원의 골문을 갈랐다.


1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김용태의 헤딩슛을 정성룡이 막아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김 감독은 환호하더니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다. 교체 타이밍을 잡는데 집중했다. 추가골이냐, 잠그기냐의 기로에 섰다.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7분 뒤 결단을 내렸다. 후반 26분 한상운을 빼고 박동혁을 투입했다. 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전형을 바꾸었다. 잠그기였다.

10분 뒤에는 이 용을 빼고 이 완을 넣었다. 측면 수비 강화였다. 단순히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다섯명의 수비수들은 계속 수원 공격진을 밀어냈다. 수원 선수들은 울산의 수비를 끌어내리고는 중거리슈팅을 계속 날렸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서 감독은 "정말 수비 하나는 대단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후반 40분 잘 뛰던 김용태를 빼고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 최보경을 투입했다. 굳히기였다.

김 감독은 깜짝 선발카드였던 박용지와 김용태에 대해서 "열심히 뛰었다. 좋은 선수들이다"고 칭찬했다. 이어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승리가 없어서 힘겨웠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승점 3점을 따냈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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