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전에 나선 이천수(왼쪽)가 김남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요즘 들어 입장권 좀 구해달라는 부탁이 많네요."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가 웃음 섞인 투정을 했다.
완연한 인천의 봄날이다. 지난해 후반기까지 반짝할 줄 알았던 성적은 올 시즌에도 상승일로다. 인천 남구 숭의동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인천축구전용구장의 입장객 추이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흥행요인은 성적 뿐만이 아니다. 인천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김남일(35)과 설기현(34) 이천수(32)가 나란히 발을 맞추고 있다. A대표팀 발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김남일과 공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설기현에 '돌아온 탕아' 이천수까지 가세하면서 팬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02년 트리오가 오랜만에 발을 맞췄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1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서 가진 강원FC와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 세 선수를 나란히 선발로 내세웠다. 셋이 그라운드에 나란히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동안 김남일과 이천수가 선발 한 자리씩을 꿰차고 있었다. 부상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던 설기현의 선발 투입은 의외였다. 김 감독은 "두 경기 연속 무득점 중이어서 공격진에 다소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장 돋보인 것은 김남일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연전을 앞두고 A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더블 볼란치로 자리를 잡은 김남일은 실질적으로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 패스로 공격 물꼬를 트면서 강원 수비진을 애먹였다. 수비 상황에서도 1차 저지선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는 관록이 더해지면서 세련된 플레이로 드러났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레바논전에 경고누적으로 빠지는 기성용(24·스완지시티) 대신 김남일로 3연전을 치르기로 다짐한 이유를 알 만했다.
이천수는 결승골을 도우면서 완연한 상승세를 입증했다. 전반 41분 강원 진영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크게 휘는 크로스를 올려 쇄도하는 안재준의 헤딩골을 도왔다. 올 시즌 3번째 공격 포인트(3도움)를 썼다. 김 감독은 공격에 비해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지는 이천수를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최전방 원톱 설기현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이천수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인천의 측면 공격을 주도해갔다. 빠른 스피드는 세월의 바람 속에 사라졌지만, 전성기 못지 않은 발놀림과 날카로운 킥은 명불허전이었다. 원톱으로 나선 설기현은 후반 24분 이효균과 교체될 때까지 묵묵히 강원 수비진과 싸우면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주는데 주력했다. 2002트리오 중 가장 아쉬운 활약에 그치긴 했지만, 상대 수비진에 부담감을 충분히 줄 만한 존재감은 유지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2002트리오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세 선수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그는 "전반기 막판이라 선수단이 상당히 지쳐 있다. 세 선수가 솔선수범하면서 경기력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날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이천수는 "형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웃음) 나는 편하고 좋았다. 내가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선배들이 있어 적응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은 안재준의 결승골을 잘 지키면서 강원을 1대0으로 꺾었다. 승점 20이 된 인천은 하루 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2·2위)에 패한 수원 삼성(승점 19·5위)과 주말 경기를 치르지 않은 전북 현대(승점 18·6위)를 재치고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뛰어 올랐다. 지난 성남과의 11라운드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던 강원은 인천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원정 무승 기록은 7경기(2무5패)로 늘어났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