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34·전북)이 올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얘기한 출사표가 문득 떠 오른다. "비겨도 되는 경기가 원래 가장 어렵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지난 5월 1일에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와의 원정경기였다. 당시 전북은 승점 9(2승3무)로 승점 1만 추가해도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결국 전북은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행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동국이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 정신력을 강조한 이유는 2012년의 아픈 기억을 떠 올렸기 때문이다. 2012년 ACL에서 전북은 '비겨도 되는 경기'의 덫에 걸려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홈경기에서 패했다. 방심의 대가였다.
최강희호가 같은 처지다. 최종전에서 이란과 비기기만 하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물론 전북의 상황과는 천지차이다. 지더라도 큰 점수차로만 패하지 않으면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쥔다. 그러나 '비겨도 되는 경기'라는 마음가짐이 바로 최강희호가 마지막까지 경계해야 할 덫이다.
이란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1996년 두바이에서 열린 12월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은 2대6의 대패를 떠 안았다. 2004년 이후로 최근 10번의 맞대결에서도 2승4무4패로 열세에 있다. 역대전적도 9승7무10패로 뒤져있다. 여유가 있는 한국에 비해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이란이다. 경험이 많은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최강희 A대표팀 감독과 잇따라 설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란 선수들의 정신력을 고취시키기 위한 고단수 전략이다.
오직 승리만을 생각해야 한다. 이란전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이면서 최강희호의 마지막 항해다. 최근 잇따른 졸전으로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최강희호가 화끈한 승부로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동시에 이란전은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는 '축제의 장'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란전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 진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기념행사에는 김정남 김주성 김태영 김 호 김호곤 박경훈 박항서 서정원 안정환 이상윤 정해성 조영증 차범근 최순호 최인영 황보관 허정무 등 역대 월드컵을 빛낸 감독과 선수들이 초청되어 아시아 최다이자 세계 6위의 기록에 해당하는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을 축하할 예정이다. 축제가 되어야 할 현장에서 무기력한 패배로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란전 필승을 노리는 최강희호의 의지는 훈련에서부터 드러났다. 최 감독은 16일 울산에서 가진 훈련을 전면 비공개로 했다. 대표팀 전력 노출은 물론 마지막까지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전략이다. 최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반드시 승리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국민들은 통쾌한 승리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