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의 매너' 주먹감자로 갚은 이란,축구협 적극 나서라

최종수정 2013-06-20 07:53


#.'숙적' 이란과의 맞대결은 늘 전쟁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졸이는 1골차 승부가 유난히 많았다. 2011년 1월 23일, 카타르아시안컵 이란과의 8강전, 이날도 연장 대접전이었다. 윤빛가람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신승했다. 4강행을 확정한 태극전사들은 승리의 기쁨에 환호했다. 120분간 사력을 다한 이란은 망연자실했다. 주장 네쿠남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차두리가 네쿠남에게 다가갔다. 손을 내밀었다. 그라운드에 벌렁 누워버린 하지사피의 손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패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승패를 떠나, 축구에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그라운드에서 진정한 매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줬다.

#.2013년 6월 18일, 한국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한국은 이란에게 0대1로 분패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케이로스 이란 감독과 선수들이 한국 벤치앞으로 달려왔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향해 신나게 '주먹감자'를 날렸다.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한국축구를 희롱하고 조롱했다. 축구경기의 기본인 홈팀, 홈관중에 대한 존중은 눈을 씻고 찾아볼려야 찾을 수 없었다. 4만여 '붉은악마' 앞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광란의 축제를 벌였다. 관중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했다. 통한의 실수로 골을 막아내지 못한 수비수 김영권은 그만 눈물을 쏟았다. 악몽이었다. 팬들은 고개숙인 선수들을 향해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패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스포츠맨십도 망각했다. 비신사적 행위는 도를 넘었다.


대한민국 축구의 메카 울산, 4만2000여명의 한국 축구팬들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무기력한 홈 패배에 이어진 이란대표팀의 '주먹감자 도발'은 충격이었다. 문득 2년전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차두리의 스포츠맨십이 '오버랩'됐다. 심지어 이경기는 결과적으로 A조 1위 이란과 2위 한국이 함께 월드컵 본선행을 이룬 승부였다. 태극기와 이란국기를 나란히 펼쳐들고 그라운드를 함께 돌며, 월드컵 본선행을 자축하는 장면을 빚어낼 순 없었을까. 그랬다면 과열됐던 경기전 설전은 승부의 긴장감을 높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농담'이 됐을 것이다. 상대팀 감독을 조롱하는 합성사진 티셔츠도 '장난'으로 봐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경기 후 케이로스 감독의 반응은 더욱 적반하장이었다. "한국은 너무 진지하다. 장난이다." 패장에게 '악수' 대신 들이댄 '주먹감자'는 한국 아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장난'일 수 없다. 이란 감독이 말하는 "위대한 팀정신의 승리"는 이런 것이 아니다.

많은 팬들이 "이겼으면 이런 굴욕도 없었을 것"이라고들 자조한다. 홈 경기에서 진 것, 실망스런 경기력은 유감이다. 그렇다고 해도 '진 팀은 주먹감자를 당해도 싸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축구감독이 상대국 안방에서 그것도, 상대팀 감독에게 대놓고 주먹감자를 날리는 '몰상식'은 축구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모하메드 국제축구연맹(FIFA) 감독관(싱가포르)과 대기심이 현장에 있었다. 매치보고서에 해당내용을 모두 기술해 제출했다. FIFA가 심사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협회측에 추가자료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은 FIFA측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추가조치가 없을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정식 항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란축구협회측에도 엄중하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진출을 이룬 안방에서 한국축구가 가장 참담한 모습으로 농락당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앉아서 기다려서는 안된다. 한국축구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몽규 축구협회장, 정몽준 명예회장이 현장에서 이 장면을 똑똑히 목도했다. 아시아 A조 1-2위팀의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아시아 축구 수준의 퇴보로 해석될 수 있다. 스포츠맨십이 유린당했다. 향후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에서 이란과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만큼, 재발방지를 위해 잘못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A대표팀의 사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한 일본의 일부 네티즌은 '한국대표팀이 이란대표팀을 공격했다'는 식의 악의적 동영상을 유튜브에 유포하고 있다. 진실을 명백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어물쩡 넘어갈 경우 격앙된 국민감정으로 인해 이보다 더한 사고가 일어날 우려도 있다. 이란의 비신사적 행위를 묵과해서는 절대 안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