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클래식 2013 14라운드 경기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서울 최용수 감독이 에스쿠데로의 선제골이 터지자 기뻐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23/
23일 서울-부산의 혈투를 몇 시간 앞두고 최용수 서울 감독은 윤성효 부산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감독은 '독도남' 박종우를 칭찬하다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행님, 징크스 한 번 깹시다." 동래고-연세대 출신 후배의 부탁에 윤 감독은 "잘해봐라"라고 답했다.
'절실함', 두 감독의 공통분모였다. 최 감독의 화두는 '윤성효 징크스 탈출'이었다. 2011년 이후 윤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무7패의 초라한 성적표. 최 감독은 윤 감독이 올시즌 수원에서 부산으로 둥지를 옮긴 뒤에도 3월 17일 첫 충돌에서 0대1로 졌다. 최 감독의 무승에 '윤성효 부적'도 인기몰이를 했다.
반면, 윤 감독의 화두는 '서울 징크스 타파'였다. 부산 지휘봉을 잡자마자 안은 운명이었다. 부산은 서울 원정에서 무려 11년간 이겨보지 못했다. 2002년 9월 25일 이후 서울전 원정 15경기 연속 무승(3무12패)를 기록 중이다.
순위 싸움도 양팀 감독의 공통 키워드였다. 서울은 스플릿A 진입을 위해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다. 부산은 서울에 패하면 골득실에서 밀려 순위가 내려 앉을 수 있었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좋은 징크스는 유지하면서 안좋은 징크스는 깨고 싶다. 지난해 수원을 한 번도 잡지 못하고 우승해 찝찝했다. 지도자 경력에 오점이 될 수도 있다"며 "나는 열아홉살 때까지 부산에 있었다. '부산의 기'가 나에게 오지 않을까"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조급함을 경계했다. 최 감독은 "급하게 올라가야 한다는 선수들의 조급한 마음이 발목을 잡는다. 우리의 것만 하면 연승을 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올라서면 절대 안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서울 잡는 비법은 없다. 운이 좋았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뚜껑이 열렸다. 최 감독은 발톱을 숨겼다. 주포 데얀을 교체 명단에 뒀다. 데얀은 지난해부터 윤 감독이 이끌던 수원과 부산만 만나면 침묵했다. 최 감독은 데얀의 선발 제외를 컨디션 난조라고 설명했지만, 윤 감독에게 단점을 간파당한 데얀에 대한 전략이었다. 윤 감독은 오른쪽 풀백 박준강의 경고누적 결장을 변수로 꼽았다.
90분 혈투에 최 감독이 활짝 웃었다. 서울은 후반 16분 터진 에스쿠데로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1대0으로 이겼다. 서울은 5승5무4패(승점 20)을 기록, 수원(7위)과 부산(8위)에 골득실에서 앞서 9위였던 순위를 6위로 끌어올렸다. 주중 수원과 성남(9위)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지만, 상위 리그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 듯 보였다. '믿음'을 얘기했다. 그는 "사실 윤 감독님에게 이기지 못한 시간에 더 단단해졌다. '반드시 징크스를 깰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윤 감독님께서 봐주시지 않았나"라며 미소를 보였다. 선수들과의 믿음도 강조했다. 최 감독은 "전반기에 서울답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부결속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선수들과도 반드시 상위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윤성효 징크스'에서 벗어난 후배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윤 감독은 "최 감독이 부담을 덜어낸 경기였다.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