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회장단은 24일 위기의 한국축구를 살릴 '최적의 카드'로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낙점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과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A대표팀을 지휘하게 된다. 홍 감독은 25일 오후 2시 파주NFC에서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청사진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포스트 최강희'에 대한 비밀은 풀렸다. 그러나 또 다른 화두가 남았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2)의 대표팀 복귀다. 일단, 박지성의 마음은 굳게 닫혀있는 상태다. 최근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박지성은 "최근 대표팀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표팀 복귀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 "은퇴를 할 때도 그런 부분(대표팀 경기력 부진)을 충분히 생각했었다. 최근 몇몇 훌륭한 선수들이 최종예선에 나서지 못했던 부분들을 감안하면, 추후 대표팀의 경기력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누가 (대표팀 복귀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해도 최종 판단은 내가 내릴 것이다. 아직까지 복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23일 자선경기에선 아예 못을 박았다. 박지성은 "소속팀에서 잘해도 대표팀 복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굳게 닫힌 박지성의 마음을 열 열쇠는 둘의 '인연'이다. 홍 감독과 박지성은 2000년에 연을 맺었다. A대표팀에서다. 홍 감독은 주전 수비수이자 고참이었고, 박지성은 후보이자 막내였다. 둘은 2002년 한-일월드컵 훈련기간 동안에 '방장'과 '방졸'로도 유명하다. 사실 박지성에게 홍 감독은 큰 산이었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둘 다 말이 많지 않은 스타일이라 많은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박지성이 12년이나 차이가 나는 대선배 홍 감독에게 말을 걸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홍 감독은 박지성에게 여러 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박지성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대표팀에 막 발탁됐을 때인 20대 초반 롤 모델은 홍명보 선배였다'고 밝혔다. 박지성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특유의 인터뷰 화법도 이 기간에 홍 감독에게 전수받았다.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4년 뒤 '사제지간'으로 변했다. 홍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였다. 박지성은 중고참 선수였다. 그 뒤 7년이 흘렀다.
최근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명분은 충분히 마련됐다. 한국축구가 위기다. 구원투수가 필요해졌다. 박지성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모든 팬들과 축구계 관계자들이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경기력적인 면은 의심하지 않는다. 홍 감독은 박지성이 충분히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표팀 은퇴의 결정적 이유가 됐던 무릎 상태도 아직까지 이상이 없다. 홍 감독과 팬들이 박지성을 원하는 진짜 이유는 기능적인 측면을 떠나 팀 내 구심점이 돼 달라는 것이다. 정해성 전 대표팀 코치는 "김남일 이동국 안정환 등 고참들을 남아공월드컵에 데려간 이유는 출전에 대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들이 있고 없고가 후배들에게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지성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런던올림픽 멤버들과도 두터운 친분이 있다. 모두 그를 잘 따른다. 최종예선 후반부에 모습이 지워진 박주영(셀타비고)도 '박지성 추종자'다.
박지성의 복귀는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빠르면 8월~11월 사이 펼쳐지는 A매치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복귀한다면, 늦더라도 내년 1월부터는 호흡을 맞춰야 한다. 박지성이 후배들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쓸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한국축구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