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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고양 대교-수원FMC 간의 2013년 WK-리그 20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던 강원도 화천종합운동장의 모습. 사진제공=김형욱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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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일의 환희를 일군 태극낭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은 맨땅의 축구장이었다.
2013년 WK-리그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강원도 화천종합운동장이 잔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자축구계 관계자는 31일 "화천종합운동장 잔디가 최근 심하게 훼손됐다. 경기를 치르는 것은 둘째 치고 선수들의 부상 문제까지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화천종합운동장 그라운드는 센터서클을 기준으로 양쪽 아크서클까지 잔디가 누렇게 뜨면서 절반 이상이 죽은 상태다.
여러 상황이 맞물렸다. 화천군은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화천종합운동장 등에서 2013년 화천 평화페스티벌 전국유소년대회를 개최했다. 예상 외로 장마가 길어지면서 호우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화천종합운동장은 예전부터 취약한 배수 문제가 지적되어 온 경기장이었다. 잇단 경기 속에 배수까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그라운드가 제대로 버틸 수가 없었다. 더구나 화천군은 지난해 화천종합운동장에 사계절 잔디를 옮겨 심은 터였다. 잔디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상황서 잇단 경기와 호우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화천종합운동장을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29일 고양 대교-수원FMC 간의 WK-리그 20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화천종합운동장의 모습은 '축구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으로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대회를 유치한 화천군과 주최 측인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입장은 엇갈린다. 화천군 관계자는 "잔디 복구는 오는 10월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 부상 방지 등을 이유로 인근 보조구장을 활용하면 어떻겠느냐고 한국여자연맹 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공식 경기는 주경기장에서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자연맹 관계자는 "리그 경기로 인한 문제가 아닌 지자체의 대회 운영과 경기장 관리 문제 등이 겹친 부분"이라며 "공식 경기를 치르기 위한 구체적인 충족 요건이 있기 때문에 화천종합운동장 외의 경기장에서 리그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자연맹 측은 "리그 휴식기 동안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 경기 일정이 예정되어 있는 팀들은 울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런 경기장에서 뛰다 부상이라고 당하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일의 환희를 맛본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여자 축구를 향한 반짝 관심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그러 들었다. 태극낭자들은 무관심을 뒤로 하고 부상 위험을 안은 채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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