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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을 지휘하는 황선홍 감독.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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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잔디를 안깎았는지 모르겠네."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 포항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경기 전 만난 황선홍 포항 감독은 잔디 상태에 대해 약간 불만섞인 표정을 지었다. 패싱축구가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포항의 올시즌 컬러는 스틸타카로 불리는 패싱축구다.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으로 패싱축구를 설명할 때 쓰는 용어)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식 축구다.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으로 외국인선수 부재를 메우고 있다.
패싱게임을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잔디상태다. 패싱게임은 공의 빠른 흐름이 중요하다. 잔디상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잔디가 짧고 물기가 묻어있을수록 공이 빨리 구른다. 반면 잔디가 길면 저항이 많아져 공이 느리게 구를 수 밖에 없다. 바르셀로나, 아약스 등 패싱게임을 중시하는 팀들은 그라운드 관리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일부팀들은 패싱축구를 구사하는 팀에 대항하기 위해 일부러 잔디상태를 나쁘게 하기도 한다. 첼시는 2005~200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만난 바르셀로나의 패싱게임을 흐트러놓기 위해 잔디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도 했다. 김인완 대전 감독은 이날 경기를 위해 일부러 잔디상태를 나쁘게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나와보니 잔디상태가 좋지 않더라. 잔디상태를 미리 인지하고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깎지 말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황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전반 내내 포항의 패싱축구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예리하게 들어가는 패스가 없었다. 대전의 압박이 거세기도 했지만 분명 잔디의 영향이 있었다. 반면 대전은 잔디상태를 영리하게 이용했다. 미드필드에서 짧은 패스보다는 전방으로 길게 때려넣는 롱패스를 앞세웠다. 아리아스와 플라타의 스피드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의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전반은 대전의 일방적인 흐름속에 진행됐다.
후반들어 흐름이 달라졌다. 황 감독이 전술에 변화를 줬다. 발빠른 노병준을 투입해 보다 단순한 경기운영으로 색깔을 바꿨다. 역습속도와 중거리슈팅 빈도도 높였다. 변화는 적중했다. 포항은 후반 주도권을 뺏는데 성공했다. 좋은 찬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낸 포항은 후반 14분 황지수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황 감독은 "잔디상태를 보고 수비를 내려서 상대를 끌어올리는 작전으로 수정했다. 빨리 승부를 보려고 공격작업에 치중했는데 볼을 자주 뺏겨서 영향을 좀 받았다. 전반 패싱게임이 통하지 않아 후반 역습을 요구했는데 이부분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날 울산(승점 42)에 선두를 뺏았겼던 포항(승점 45)은 이날 승리로 다시 한번 선두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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