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의 원정팬 관리, K-리그에 시사하는 부분은?

최종수정 2013-08-20 09:02

◇PSV에인트호벤의 홈구장인 필립스 스타디움의 원정팬 통로 모습. 에인트호벤 홈 경기를 찾는 원정 팬들은 1km 떨어진 에인트호벤역부터 철길 옆 도로(왼쪽)를 따라 이동한 뒤 외부와 격리된 원정팬 통로로 경기장에 진입해야 한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유럽, 남미 리그에서 홈 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원정팬 관리'다.

경기 때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장 내에서 주고 받는 욕설은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거리에서 싸움과 난동을 벌이고, 심지어 흉기를 동원해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경기장 내에 안전요원이 곳곳에 배치되도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대부분의 리그에서 경기장 내외부에 CCTV를 동원해 팬을 관리해도 소용이 없다. 경기장 입출입 및 관람 동선을 완전히 분리해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PSV에인트호벤의 홈구장인 필립스 스타디움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는 빅리그 못지 않게 팬들의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리그로 꼽힌다. 아약스, 페예노르트와 함께 에레디비지에의 강호로 꼽히는 에인트호벤인 만큼, 상대팀의 시기와 질투도 상상 이상이다. 에인트호벤 구단이 불상사를 막기 위해 찾은 조치는 '격리'였다. 에인트호벤 홈 경기를 찾는 원정팬들은 경기장에서 1㎞ 떨어진 에인트호벤역부터 경기장까지 철로와 연결된 좁은 길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경기장 인근에 다다르면 양 쪽이 막힌 계단통로를 통해 잠시 땅을 밟는다. 그 뒤 다시 계단을 올라가 원통 모양으로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원정팬 전용 통로를 통해 경기장에 입장한다. 경기장 입장 후에도 좌우에 투명 울타리가 쳐진 2층 대각선 관중석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경기 후에도 홈 팬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에인트호벤 구단 관계자는 "원정팬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2부리그) 팬들의 충돌 소식을 생각해보면 남일 같지 않은 모습이다. 모든 팬들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던 문화는 10년 전에 사라졌다. 경기장에서 서로를 비방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발' '자극'이라는 미명 하에 폭력이 거리낌 없이 펼쳐진다. 구단이 나서 자제를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 소수의 팬 문화가 건전한 관람을 원하는 다수의 발길을 막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필립스 스타디움의 원정팬 관리 문화는 비극적인 역사의 산물이다. 서로를 존중하지 못한 결과다. K-리그에서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다. 그러나 서로를 겨누는 주먹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K-리그 팬들도 강제적인 불편 속에 원정 경기를 관람해야 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