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울산 감독은 지난시즌 '포지션 파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시즌 초부터 중앙 수비수인 강민수를 왼쪽 윙백으로 변신시켜 물샐 틈 없는 포백 수비라인을 만들었다. 빠른 발과 제공권 장악 능력을 갖춘 강민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강민수 말고도 중앙 수비로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주전 요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온도차는 존재한다. 올시즌은 '고육지책'이다. 김 감독은 세 명의 선수에게 멀티 플레이를 주문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을 비롯해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과 까이끼다. 김성환은 성남에서 윙백으로 뛰었던 경험을 살려 9경기 연속 왼쪽 윙백으로 출전하고 있다. 기존 윙백인 김영삼이 불안함을 자주 노출하면서 불가피하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려 속에서도 김성환은 탄탄한 수비력을 구축하는데 일조했다. 울산은 18일 부산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 행진을 펼쳤다. 6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포항과 선두 전쟁을 펼칠 수 있는 경쟁력이 됐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파격 선택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까이끼와 김신욱의 포지션 파괴는 김 감독의 고민이다. 까이끼의 주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또는 섀도 스트라이커다. 4개월여의 부상을 털어내고 7월 초 복귀했을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김 감독은 까이끼가 점점 몸 상태를 끌어올리자 주 포지션 복귀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변수를 극복해야 했다. 그 동안 최전방에만 섰던 김신욱과의 충돌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브라질 출신 하피냐가 투톱의 한 자리를 맡고 있어 까이끼와 김신욱 중 한 명은 교체멤버 또는 다른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은 미묘하게 꼬였다. 김 감독은 공격에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두 명 모두 중용하고 싶어한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 감독은 김신욱을 돌렸다. 김신욱은 18일 부산전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 대신 오른쪽 윙어로 뛰었다. 김 감독이 까이끼 대신 김신욱을 택한 것은 수비 가담력 때문이다. 수비 전환 시 외국인 공격수들은 수비 가담이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수비 가담에 대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김신욱이 선택됐다.
그러나 김 감독의 고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까이끼와 김신욱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포지션 체인지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김신욱의 측면 돌파가 힘들다보니 공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까이끼와 김신욱의 동시 기용은 김 감독에게 숙제를 남겼다.
하지만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 덕분에 선수단 운영은 수월해졌다. 김 감독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부상이나 부진한 선수가 발생했을 때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주는 선수가 있어 선수 운영이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단, 조건이 따랐다. 김 감독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고 해도 주 포지션 활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