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성남, 통일그룹-성남시-안산시는 도대체 왜?

기사입력 2013-08-24 10:17



K-리그 클래식 스플릿의 운명을 3경기 남겨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울산전을 하루 앞둔 23일 성남일화의 안산시 인수설이 불거졌다. 한달전부터 떠돌던 소문이었다. 지난해 9월 축구사랑이 극진했던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가 세상을 떠나면서 구단의 운명과 관련한 이런저런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통일그룹은 성남에게 '자생의 길'을 찾아볼 것을 통보했다. 올해초부터 성남시민구단 창단 소식이 이어졌다. 7월말 성남시가 사실상 인수의사를 철회하면서 성남의 행보는 바빠졌다. 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많은 안산시와 접촉했다. 안산시는 "현재 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성남축구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성남 일화의 운명을 어떻게 되는 걸까. 성남시, 안산시로 이어지는 시민구단설의 실체를 집중분석했다.

통일그룹은 왜?

고 문선명 총재의 축구사랑은 극진했다. 성남의 7회 우승은 문 총재의 뜨거운 관심이 있어 가능했다. 24년간 한국축구를 위해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피스퀸컵, 피스컵 등 국제대회를 유치해 한국축구의 힘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선수, 코칭스태프에게 부부 동반 유럽여행을 시켜주며 사기를 북돋웠다. 박규남 성남 일화 사장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문 총재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직후 여자축구 충남 일화가 해체됐다. 피스컵, 피스퀸컵도 폐지됐다. 성남 일화에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3년 내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시민구단 전환 혹은 팀 해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난해 말 안익수 당시 부산 감독 영입을 위해 박규남 사장이 정몽규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현 축구협회장)를 만났을 당시의 '위기론'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올 들어 모기업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더 이상 1년에 150억원 가까이 드는 돈을 퍼주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자생의 길'을 요구했다. 성남구단은 자구 노력에 나섰다. 성남시, 안산시와 적극적인 협상을 이어간 배경이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단 운영은 기업의 의지 문제다. '국민스포츠' 축구의 문화적, 역사적, 사회공헌적 가치를 배제하고, 덧셈뺄셈, 비즈니스 개념으로만 본다면, 눈앞의 이익을 내지 못하는 축구단의 존립 근거는 희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성남 일화의 안산 인수설이 흘러나오던 23일은 문선명 총재의 1주기였다. 그토록 축구를 사랑하던 '아버지' 문 총재의 유지, 유업을 이을 사람이 없다.

성남은 왜?

성남구단은 올해초부터 성남시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 지난 5월 성남시는 인수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결과는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시민구단을 완전히 새로 창단할 때보다 성남일화를 인수하는 것이 비용, 인력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K-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아시아의 챔피언 성남의 홍보효과도 검증됐다. 지난 2010년 이재명 시장은 '성남'이라는 이름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클럽월드컵 4강 등을 통해 '성남'이라는 이름은 '축구 잘하는 도시'로 아시아,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에 자리잡았다. 축구를 통한 성남의 홍보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러나 긍정적인 용역 결과와 무관하게 성남시는 7월 성남구단에 "인수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시민구단 창단을 장기 플랜의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완곡하지만 확실한 거절이었다. 내년 지자체 선거 등 정치적인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일그룹이 손을 뗄 경우 성남시 인수를 최선으로 믿고 간절히 바라왔던 구단과 팬들에게는 '비보'다. 성남 일화의 타이틀에서 '일화'에 이어 '성남'까지 잃을 위기에 처했다. 매년 개막전을 비롯 2~3차례 탄천운동장을 찾았던 이재명 성남 시장은 올들어 한번도 그라운드를 찾지 않았다.

안산시 인수설이 흘러나온 23일 이 시장은 '성남 일화가 안산시로 매각된다는데 그럼 성남시는 축구단 포기인가요?'라는 한 축구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연간 100억의 세금은 누가 책임지나요?'


안산은 왜?

안산시는 축구단 창단을 희망해왔다. 3만5000여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와 스타디움'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청 축구단 인수가 불발된 후, 올해 3~4월경 성남구단의 제안서를 받아들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협상이 급진척됐다. 고위층을 중심으로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시민구단'은 '기업구단'과 다르다. 최고결정권자가 하루 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성남을 인수할 경우 어떤 규모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도 남는다. 기존 성남일화의 규모를 유지하려면 1년에 150억원, 마케팅 수입을 제외하더라도 80억~100억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는다. 축구단 창단은 쉽지만 해단은 어렵다. 일단 만들고 나면 매년 100억 이상의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메인 스폰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타당성 검토, 공청회 등을 통한 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 시의회 통과 절차도 남았다. 안산시 출신 정치인들이 성남구단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실무 공무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안산시청 관계자는 "1부리그는 물론 챌린지,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농구, 배구단 인수 문제도 겹쳐 있다. 배구의 경우 현재 시에 돈을 내고 들어오겠다는 입장이다. 현상황에서는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안양도 시민구단 창단에 4년 이상 걸리지 않았나, 결혼도 안한 남녀가 사귀려고 하는 시점에 소문부터 났다"고 에둘러 말했다.

자생의 길을 찾아야만 하는 '아시아의 챔피언' 성남을 '14년 연고지' 성남시가 외면했다. 대안으로 급부상한 안산시는 성남의 '동앗줄'이다. 24일 울산전을 앞두고 터져나온 인수, 매각설에 구단은 곤혹스럽다. 울산, 경남, 강원과의 3경기에 상하위 스플릿의 명운이 달렸다. 애써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경기력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산시가 가부간에 조속한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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