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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되어야 합니다. 도와주세요."
박 사장의 첫마디는 이랬다. "서론도 결론도 같습니다. 이 구단이 어떤 형태로든지 지속적으로 계승돼야 합니다." 안산과 구단 인수 협상을 시작하게 된 배경도 소상히 설명했다. "시민구단으로 연결시킬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성남에 온지 14년이 지났습니다. 우승도 많이 하고…, 성남시가 연결됐으면 참 좋았을텐데 불행히도 안됐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매각설'에 대해 일축했다. 금전이 오가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조건이 있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우리 선생님(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이 축구를 시작한 지 23년, 우리가 축구단을 통해 피스컵, 피스퀸컵을 했고 여자축구단까지 만들었죠. 그분은 하나의 평화, 비전을 위해 '축구'에 대해 남다른 관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분이 세상을 떠나게 되니까 사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라며 문 총재 사후의 통일그룹 내 변화된 성남 일화 축구단의 위상을 에둘러 설명했다. "축구단을 경제적 가치를 보고 매각을 한다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른'이 축구단을 시작한 일이 돈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성남시에 그대로 인수, 기부하는 형식으로 축구단 인수를 제안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성남은 탄탄한 기반이 잡혀있잖아요. 인지도, 애정있는 팬들, 역사도 있고, 그래서 성남시가 시민구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는데 그게 안되더라고요. 조건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왜 안됐는지 이유는 우리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할수없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데가 있으면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시민구단으로 연결하려고 하던 중에, 안산시와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바람은 '해체'라는 결론을 갖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어떻게든 시민구단으로라도 연결시키면 우리 팀이 살아있잖아요. 국가대표선수도 있고…, 올해 안익수 감독이 잘 조합한 팀이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후년 정도에는 우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합니다. 내년, 내후년은 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지금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흡족하진 못할 것같지만, 이팀이 해체되지 않고 시민구단으로 어떻게든 존속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성남 일화에서 '일화'자는 떨어져나간다. '성남'이라는 글자마저 떼어내야할 시점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내가 이 구단에 24년이나 있었는데 요새 '명문구단' 소리를 들어요. 운동장도 하나도 없고, 우승만 하려는 팀이 무슨 '명문구단'이냐는 이야기를 들었었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성남 일화에서 '일화'는 가고, 그나마 3분의 1이라도 '성남'의 흔적은 들어있겠죠. 몇년 지나면 그것마저도 없어지겠죠. 축구연맹 총재님이 갖가지로 애를 쓰고 계시는데, 신임 집행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되잖아요, 한국축구에 부담을 줘선 안되잖아요"라는 박 사장의 말에 동석한 성남 직원들의 눈가가 빨개졌다. "사실 오늘 하소연 하러 왔습니다. 잘좀 도와주세요. 14년 데리고 있는 우리 직원들 보기도 그렇고,제발 우리 '성남 일화'가 영원히 '성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러나 만약 성남에 있지 못한다면 딴데서라도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해해주십시오."
성남의 살아있는 역사, 박규남 사장이 마지막에 떠올린 건 역시 자신을 이 길로 이끈 고 문선명 총재였다. "저도 세상 떠나면 어딘가로 갈 것아니에요. 그곳에서 '선생님'을 만날 텐데 '야, 이녀석아 그거 하나 매듭을 못짓고 왔냐'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되겠죠. 솔직히 저는 '성남' 이름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잘 안되네요."
'명문구단' 성남의 슬픈 자화상, '아시아의 챔피언'이 연고를 잃고 외지로 내몰리게 된 상황, 한국축구의 슬픈 현실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