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가 될 것이다. '제철가 더비'만의 특수성이 있다.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다."(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포항같은 강팀을 꺾는 경험이 우리 어린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이 될 것이다. 포항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다."(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
'제철가 더비' 일진일퇴의 대혈투
웨슬리 VS 황진성 '장군멍군' 광양극장
후반 초반부터 동점골을 노리는 포항의 공세는 거셌다. 포항 특유의 세밀한 패스워크가 살아났다. 후반 10분 박성호의 노마크 찬스에서 김병지의 슈퍼세이브가 빛났다. 한발 빠른 펀칭으로 실점 위기를 막아섰다. 황선홍 감독은 이날 꽁꽁 묶인 조찬호를 빼고 전남 유스 출신 신영준을 투입했다. 경기 직전 "선발 투입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던 비장의 조커다. 이 교체는 결국 '신의 한수'가 됐다.
전반 13분 '황카카' 황진성이 수비수를 맞고 튀어나온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동점골이었다. 후반 26분 또다시 전남 웨슬리의 발끝이 빛났다. 신화용 포항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옆구리 사이로 골을 밀어넣었다.
그러나 리그 1위 포항 역시 무너지지 않았다. 2분만인 후반 28분 신영준의 슈팅이 김병지의 손에 맞고 튀어나오자마자 황진성이 쇄도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또다시 동점골을 밀어넣었다. 웨슬리-황진성-웨슬리-황진성의 쫓고 쫓기는 '골 배틀'은 흥미진진했다. 한여름밤 일진일퇴의 골잔치에 '용광로의 도시' 광양이 후끈 달아올랐다. 4675명의 관중이 들어찬 광양전용구장에서 올 들어 처음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신영준의 복수혈전
후반 44분, 승부를 가른 건 '전남 유스' 출신 포항 공격수 신영준이었다. 고무열의 패스를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광양제철고 출신의 신영준은 2011년 전남에 입단했다. 포항 유니폼을 입고 처음 찾은 광양구장에서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전남팬들은 탁월한 킥력으로 중요한 고비때마다 해결사로 활약해왔던 신영준의 이름을 기억한다. 신영준은 이날 황진성 2번째 골의 시작점이 됐다. 결국 후반 막판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후 신영준의 활약에 흡족함을 드러냈다. "후반 두번째 골을 허용한 후 어렵지 않나 생각했다. 신영준이 말그대로 천금같은 골을 넣어줬다"며 웃었다. "선발 출전을 오랫동안 고민했다. 신영준은 폭발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가 지쳤을 때 들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기대보다 너무 잘해준 것같다"고 칭찬했다.
신영준 역시 친정과의 첫 맞대결을 특별한 각오로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전남전을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팀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팀이 1위를 지킬 수 있어서, 팀이 이겨서 기쁘다" 3년간 전남에 몸담으며 절친한 선후배들과는 경기 후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골을 먼저 넣고도, 잇달아 동점골을 허용하다 결국 역전골까지 허용한 전남선수들은 속이 상했다. "씁쓸한 표정만 짓더라. 원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왔다"며 민망해 했다. 신영준의 시즌 첫골, 역전골은 갈길 바쁜 포항에 짜릿한 승점 3점을 선물했다. 2위 전북과의 승점차는 다시 5점으로 벌어졌다. 전남의 1점차 패배 징크스는 가혹했다. '아우' 전남은 '형님' 포항을 상대로 4경기 연속 1점차 패배를 기록했다. 8경기 연속 무승 징크스도 이어가게 됐다. '형만한 아우'는 없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