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146일만에 승리하던 날

기사입력 2013-08-25 10:26


24일 강원전 승리 후 단체사진.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대전 시티즌만의 특별한 승리 세리머니가 있다.

선수단이 승리 후 서포터스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다. 선수단, 팬들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된다. 이 소중한 사진은 올시즌 단 한번 밖에 찍을 기회가 없었다. 3월31일 인천원정에서 2대1 승리 후 찍은 것이 전부였다. 146일만에 마침내 한 컷이 추가됐다.

대전은 24일 강원을 2대0으로 제압하고 시즌 2승째를 따냈다. 146일만의 승리였다. 대전은 이날 승리로 19경기 연속 무승행진(7무12패)를 마감했다. 13위 강원(승점 15)과의 승점차를 1점으로 줄이며 강등권 탈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꼴찌팀의 눈물겨운 승리기를 돌아봤다.

경기 전

경기 전 김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 경기까지 패한다면 사실상 강등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의 해법은 '믿음'이었다. 별다른 주문도 하지 않았다. 강원에 대한 전력분석을 설명하는 간단한 미팅이 다 였다. 김 감독은 "감독 부임 후 경기 전 선수들에게 이처럼 말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선수단 전원이 이 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굳이 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담감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것은 냉정함 뿐이었다. 비장한 표정속에 초조함이 보였다. 김 감독은 "이 경기는 진짜 잡아야 돼. 안그러면 답이 없어"라며 취재진이 빠져나간 후 창밖을 바라봤다.

전반전

경기는 초반부터 대전의 페이스였다. 플라타와 아리아스, 김병석 삼각편대가 위력을 발휘했다. 1분만에 두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지만, 무산됐다. 김 감독도 머리를 쥐며 아쉬워했다. 마침내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7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플라타가 중앙으로 땅볼 크로스를 했고, 김병석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김 감독이 경기 전 주목할 선수로 뽑았던 김병석이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선수들이 벤치로 와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안 김 감독은 흥분한 선수들을 가라앉혔다. 선제골을 넣고도 승리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전은 강원을 거세게 밀어붙이면서도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결국 전반전은 1-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


전반 종료 후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주문했다. 수비 위주가 아닌 추가골을 위한 움직임도 강조했다. 후반 초반 강원에 밀렸던 대전은 플라타의 스피드가 살아나며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36분 대전이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아리아스의 스루패스를 받은 주앙파울로가 박호진 골키퍼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그러나 주앙파울로의 킥이 박호진의 손에 걸렸다. 김 감독은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지만, 이내 선수들을 독려했다. 포기하지 않은 대전은 끝내 추가골을 뽑았다. 39분 플라타가 오른쪽을 돌파 후 날린 슈팅이 골키퍼 맞고 나오자 아리아스가 밀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비로소 김 감독은 조진호 코치를 끌어안으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김 감독은 허리를 숙여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기쁨 보다는 안도가 컸다. 그만큼 힘든 승리였다. 선수단은 바로 서포터스를 찾아가 만세 삼창을 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팬들도 박수로 모처럼 대전의 승리를 축하했다. 흥에 겨운 서포터스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장외 서포팅을 펼치며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 감독은 모처럼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오늘 승리에 안도할 여력 없다. 강원전만큼 중요한 대구전이 남았다. 오늘 잘 쉬고 내일부터 대구전 승리를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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