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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디프시티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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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라는 엄청난 월척을 낚아 올렸다. 지난주 웨스트햄 원정에서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우왕좌왕하던 그 팀이 맞나 싶었다. 맥케이 감독이 '쾌속 해동' 버튼이라도 누른 걸까. 잔뜩 얼어있던 카디프의 잠재력이 피치 위에 쏟아져 나온 건 그저 놀라웠다. 올 시즌 종료 시점의 운명은 커녕 당장 다음 주에 있을 3라운드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확실한 건 맨시티를 3-2로 집어삼키며 일주일 새 확연히 달라진 그들의 행보가 13-14시즌의 상당히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리란 점이다.
카디프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전투적'이었다. 이미 뉴캐슬을 4-0으로 '완벽'하게 제압한 맨시티의 화력이 만천하에 알려졌음에도 처음부터 강하게 밀고 나온 선택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홈 경기'라 해도 맨시티를 상대로 맞불을 놓으리란 생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터. 물론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아래로 밀려나기 일쑤였으나, '얼마나 실점하지 않고 버티느냐'가 관건이었던 맞대결에서 수비라인 앞에 여러 겹의 방어선을 꾸준히 구축하며 버텨냈다. 그렇게 본인들의 골문을 지키던 과정에서 상대로부터 볼을 얻었을 때에는 제법 순도 높은 역습을 전개해나가며 꾸준히 슈팅 개수를 늘려갔다.
카디프의 승리 요인엔 가장 먼저 '측면 수비의 견고함'이 있었다. '자동문' 수준의 측면이 호전됐을 때, 비로소 팀 전체가 안정을 찾았다. 맞지 않은 옷을 강제로 입혀놓은 듯했던 오른쪽의 코놀리 진영에는 벨라미가 부지런히 가세했다. 한결 적극적인 태도로 뒷공간을 커버하더니 이윽고 골라인까지 따라가 실바의 크로스를 저지해내기도 했다. 뉴캐슬의 왼쪽 진영을 초토화한 나바스에 대한 수비도 훌륭했다. 이번에도 중앙으로 많이 옮겨왔던 이 선수가 측면으로 돌아 뛰며 위협하는 장면을 최소화했고, 공격수 수준으로 높은 선까지 전진한 사발레타를 묶기 위해 왼쪽 윙어인 위팅엄이 아래로 내려와 꾸준히 견제했다. 측면 공격 비중이 떨어지고, 크로스마저 부정확했던 맨시티가 측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공격 루트의 상당 부분이 닫혀버리고 만다.
군나르손-메델이 버틴 중원에도 호평을 보내야 마땅하다. 끊임없는 수비 지원으로 측면을 보좌했던 이들은 중앙에서도 빛났다. 양 측면 수비 클리쉬와 사발레타를 모두 올리고, 중원의 페르난지뉴까지 전진시키며 공격에 최대 7명까지 가담시킨 맨시티의 총공세에 후반 6분 선제골을 내주기도 했으나, 카디프 중원의 역할 수행은 꽤 훌륭했다. 팀이 수비적으로 몰린 순간, 이들이 수비 라인을 둘러싸며 버텨준 힘이 없었더라면 카디프는 처참히 붕괴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상화 좌우 할 것 없이 상당히 넓은 수비 범위를 가져가던 중 앞으로 뛰어 나오며 상대 패스를 가로채 시작한 공격은 카디프 역습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경기보다 팀에 녹아든 메델의 수비 지원 속에 군나르손은 꾸준히 전진했고, 여기에서 대역전극의 서곡이 된 동점골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양상 속, 김보경은 특유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역습 시엔 자신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팀 동료가 패스를 줄 수 있는 곳으로 뛰어들며 공간을 조목조목 활용했다. 상대를 등지고 기술적으로 볼을 간수해내며 돌아서던 장면에서는 8년 전 맨유에 입단한, 그리고 하루 전 네덜란드 땅에서 첫 골을 쏜 박지성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위험 진영에서 얻어낸 프리킥은 덤이었으며, 파울을 피해 전진했을 때엔 더욱 위협적이었다. 되짚어보면 첫 골 과정에서 클리쉬의 발 뻗을 타이밍을 빼앗아 크로스를 제공한 것도, 두 번째 골 과정에서 코너킥을 얻어내기 전 야야 투레를 벗겨 낸 것도 결국엔 김보경이었다. EPL 무대가 조금 더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어 과감함까지 입힐 수 있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나지 않을까. 주말 밤이 바빠질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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