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창단 10주년 목표를 세웠다. 스플릿 그룹A(상위그룹) 진입 및 시·도민 구단 최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었다.
첫 목표를 달성했다. 인천이 28일 열린 K-리그 25라운드에서 강한 정신력을 앞세워 수원을 3대1로 제압했다. 5위(승점 41·11승8무6패)에 오른 인천은 26라운드 전북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그룹A행 티켓을 따냈다. 올시즌 다른 시·도민 구단들이 기업구단에 상위 자리를 모두 내준 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인천의 성적은 더욱 돋보인다.
더욱이 인천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작성한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 등 3총사를 제외하고 스타급 플레이어도 없다. 그런데도 그룹 A에 진입했다. 분명 무엇인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 같다.
김봉길 인천 감독과 선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인천의 강점은 끈끈한 팀워크다." 인천을 상대하는 적장도 인천의 조직력에 엄지를 치켜 세운다. 그렇다면 인천의 끈끈한 팀워크는 어디에서 나오게 되는 것일까. 선수들의 입에서 흥미로운 얘기가 나왔다. 인천 송도의 위치한 한 '목욕탕'이 답이었다.
인천 선수단은 지난해부터 이 목욕탕을 즐겨 찾기 시작했다. 팀 훈련이 끝나면 7~8명이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사우나에 모인다. 선수들의 집도 대부분 근처다. 그 곳에서 함께 사우나를 즐기며 피워내는 이야기 꽃이 인천의 팀워크를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었다.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인천 선수들의 '목욕탕 모임'은 부주장 박태민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냉탕물이 정말 차가워요." 홀로 이 사우나를 이용하던 박태민이 동료들에게 이 곳을 소개했고 김남일 설기현 등이 그 매력에 빠져 들었다. 훈련 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냉찜질을 하는 노장들에게 얼음물 같이 차가운 냉탕물은 최적의 '힐링' 장소였다. 1분 간격으로 냉찜질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과정을 수 십차례 이상 반복한다. 30대 중반의 김남일 설기현이 쉴새 없이 뛸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후 뜨거운 사우나로 목욕을 마친 선수들은 함께 모여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입소문이 퍼져 함께하는 동료들이 늘어났다. 현재는 설기현 김남일 박태민 안재준 남준재 구본상 문상윤 등이 자주 이곳을 찾는 '고정 멤버'가 됐다. 훈련이 끝나면 각자 이동해 오후 7시 59분까지 목욕탕에 집결한다. 8시 이후에는 입장료가 2000원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고정 멤버'들은 대부분 인천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모이면 따로 할 얘기가 많지 않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하나로 정해져 있다. 남준재는 "대부분 축구 얘기밖에 안한다"고 했다. 전술 얘기와 경기 중 움직임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동시에 목욕탕에서 하는 '피로 관리'도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됐다.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24라운드에서 부산에 0대1로 패하며 6위까지 떨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원전에서 패한다면 시즌 내내 중상위권을 유지한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였다. 26라운드 상대가 전북이라 더욱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인천 선수단은 '평상심'을 유지했다. 수원전을 앞두고 또 다시 목욕탕으로 모였다.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대화 속에서 팀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리고 수원전에서 결실을 맺었다. 인천의 강점인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수원을 제압하고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목욕탕 토크'의 힘이다.
이제 인천은 두 번째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예정이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이제 시민구단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3위까지 주어지는 ACL 티켓을 따내기 위해 다시 달려야 한다. 목욕탕에서 선수들끼리 농담처럼 주고받던 'ACL 진출'이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