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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룹A의 운명, 결국 최종라운드에서 결판나게 됐다.
인천=이 건, 성남=박상경, 부산=박찬준 기자
인천 선수들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승리하면 그룹A 직행이었다. 비기거나 지면 다른 경기 결과를 봐야만 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선수들의 투지를 건드렸다. 인천은 지난해 스플릿 당일 8위에서 9위로 미끄러졌다. 8위 경남과 승점은 같았지만 골득실차에서 밀렸다. 김 감독은 "작년의 아쉬움을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강팀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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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서두르지 말 것'을 나란히 주문했다. 분위기는 달랐다. 제주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반면, 부산은 여유가 있었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우리보다 상대가 급하다.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고 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서두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분위기는 그대로 경기장에 투영됐다. 부산은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제주는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제골도 부산의 몫이었다. 전반 36분 김익현이 기가 막힌 왼발슛을 터뜨렸다. 제주는 후반 공격에 올인했지만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홍정호마저 다쳤다. 모두가 제주의 그룹B 행을 얘기하는 순간, 영웅이 탄생했다. 마라냥이었다. 7월 13일 이후 무득점에 시달리던 마라냥은 후반 11분과 15분 연속골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제주의 2대1 승리가 확정되자, 박 감독은 두팔을 들어 기쁨을 표시했다. 반면 눈앞에서 그룹A 행을 놓친 윤 감독은 벤치를 붙잡고 한참이나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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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잦아진 안익수 성남 감독의 출사표였다. 매각 위기에 내몰린 성남에게 그룹A행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답은 승리 뿐이었다.
성남은 경기 초반부터 강원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바깥 분위기가 따라주지 않았다. 인천에 이어 부산까지 앞서가자 성남 벤치와 관중석은 초조함에 휩싸였다. 일부 팬들은 "부산이 골 넣었단다"고 외치며 분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강원은 갈 길 바쁜 성남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0의 행진이 계속됐다. 후반 18분에 김태환이 1대1 찬스를 잡았으나 골키퍼에 막혔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대로 성남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함성이 잦아들었고, 운명의 여신은 성남을 외면하는 듯 했다.
제주가 부산을 상대로 역전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환호했다. 벤치 분위기도 다시 달궈졌다. 후반 23분 기가의 왼발 중거리슛이 골망을 갈랐다. 후반 44분엔 김동섭의 헤딩 쐐기골까지 터졌다. 안 감독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90분 간 지옥과 천당을 오간 성남극장의 마무리는 '희망의 불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