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클래스다!]서정진에 왜 물병 투척, 그룹B 그들만의 리그

최종수정 2013-10-03 07:02


또 한 달이 지나갔다.

2013년 9월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K-리그 클래식은 종착역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두 세상으로 분리된 후 4라운드를 치렀다. 그룹A는 꼭대기, B는 강등 전쟁이 한창이다. 갈 길은 남았지만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0월의 시작과 함께 다시 한번 3장의 카드를 꺼낸다. 스포츠조선은 올시즌 클래식 개막에 맞춰 연중 캠페인 '이제는 클래스다!'를 시작했다. 품격을 논해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도로 펜을 들었다. 3장의 카드는 '넘버원', '옐로', '레드'다. 다시 한번 더 설명을 곁들이자면 '넘버원'에는 넘치는 칭찬, '옐로'에는 주의, '레드'에는 뼈아픈 채찍을 휘두른다.

완연한 가을이다. 9월을 담은 여섯 번째 보고서를 공개한다.
스포츠 2팀

[넘버원]'대참사' 막은 김남일과 의료진의 빠른 대처

2011년 5월 8일, 제주 공격수 신영록이 그라운드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46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한국 축구에 '신영록 사건'은 큰 아픔이자 교훈으로 남았다. 또 한 번의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9월 11일 인천과 전북의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반 34분 전북의 박희도가 김남일(인천)과 경합하다 그라운드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박희도가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후속 대처가 신속했다. 김남일이 다급하게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의무진이 투입됐고 응급조치가 그라운드에서 취해졌다. 혀가 말려들어가는 등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인천과 전북의 의무진이 동시에 그라운드에서 응급치료를 했고 박희도는 다행히 치료실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박희도는 정밀 검진을 받은 뒤 하루 만에 팀 훈련에 복귀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었지만 선수들과 의무진의 빠른 대처가 대참사를 막아냈다. 먼저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의무진을 부른 김남일의 대처가 훌륭했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 두 팀의 의무진이 합심했다. 내 팀과 네 팀 할 것 없었다. 인천 의무진이 기도를 확보했고, 전북 의무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경기장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과 응급구조대도 함께 투입돼 재빠르게 병원으로 후송했다. 선수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1분간의 '골든타임'이 그라운드에서 지켜졌다. '신영록 사건'의 '학습 효과'다. 선수와 의무진의 빠른 조치, 응급상황에 철저히 대비한 연맹의 행정 모두, 9월의 '넘버원'으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옐로]미워도 그렇지! 서정진에게 물병 투척한 전북 서포터스


볼썽 사나운 모습이었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지난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수원의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경기 직후였다. 수원 서정진이 친정팀인 전북 서포터인 매드그린보이스(MGB, Mad Green Boys) 앞으로 다가갔다. 서정진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북에서 뛰었다. 서포터스에게 인사를 하려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이었다. MGB는 야유했다. 팀을 저버린 배신자라는 것이 이유였다. 한데 그 다음이 더 문제였다. 몇몇 팬이 서정진을 향해 물병을 투척했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MGB는 물병과 함께 서포터로서의 긍지와 자부심도 내팽개쳤다. 매드그린보이스라는 이름대로 '미친(mad)' 행동이었다.

일부 서포터들의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 비겁한 변명이다. MGB의 상식 이하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과 2011년 MGB는 홈경기 후 부산과 수원, 서울의 구단 버스를 가로 막았다. 원정 서포터와의 충돌도 여러차례 있었다. 2011년에는 세레소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일본의 대지진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어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MGB의 사고로 전북이 벌금을 낸 것도 여러번이다. 수많은 잘못에도 반성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한데 왜 그러느냐는 뻔뻔함만 있다.

축구는 사회의 전부가 아니다. 사회 시스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은 축구장에서도 안된다. 이를 지키지 않는 이들은 서포터가 아니라 훌리건일 뿐이다. 이 단순한 진리도 모르는 MGB에게 옐로카드를 제시한다.


◇11일 성남-전남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가 펼쳐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의 모습.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레드]팬 외면 그룹B는 그들만의 리그, 이게 최선입니까

한편으로는 이해는 된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그룹B가 '챌린지(2부 리그) 이중대'로 전락했다. 한국 프로축구의 서글픈 현실이다. 출범 30주년을 맞은 K-리그는 올해 승강제 원년이다. 13, 14위가 2부로 떨어지고, 12위는 2부 1위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성남, 제주, 전남, 경남, 대구, 강원, 대전이 포진한 그룹B, 올라갈 곳은 없다. 처절한 서바이벌 전쟁 뿐이다. 1부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그렇다고 해도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프로의 첫 번째 척도는 팬이다. 하지만 스플릿으로 분리되기 전과 비교해 그룹B 7개 구단의 평균 관중은 65.6%나 감소했다. 193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경남이 홈이전 경기로 체면치레를 했다. 평균 4735명이 입장했다. 경남을 제외한 6개 구단의 평균은 더 떨어진다. 1469명이다. 1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전남전은 두 눈을 의심케했다. 고작 749명이 입장했다. 올시즌 최소관중이다. 이건 프로가 아니다. 반면 그룹A 11경기의 평균관중은 7584명으로 그나마 체면을 차렸다.

SK가 모기업인 제주는 그룹B로 떨어지자 마케팅 예산 20억원을 삭감했다. 이쯤되면 팬은 안중에도 없다는 이야기다. 다른 구단의 형편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스플릿시스템이 과연 필요한지, 재고해야 할 것 같다.

프로의 상품가치는 스스로 높여야 한다. 현 흐름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승 경쟁과 더불어 강등 싸움도 팬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희망없이 하루, 하루를 연명한다면 미래는 없다. 그룹B의 각 구단은 척박한 상황에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팬들을 끌어들일 묘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지금은 팬들에 대한 '방치'다. 그룹B, 어느 팀이 프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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