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 감독(왼쪽)과 윤성효 부산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포항천하'가 흔들리고 있다.
스플릿 그룹A 3경기 연속 무승부의 부진 속에 승점 55(득실차 +17)에 머무르며 울산(승점 55·득실차 +21)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3위 전북(승점 53)과 4위 서울(승점 51)과의 차이 역시 크지 않다. 포항보다 2경기를 덜 치른 울산과 서울의 도전이 거세다. 이러다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 마지노선인 3위 자리를 지키기도 힘들다. 부산전은 분위기 전환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포항 황선홍 감독(45)의 표정엔 결연함과 난감함이 교차한다. 번번이 발목을 잡혔던 부산은 22년 지기이자 선배인 윤성효 감독(51)이 이끌고 있다, 얄궂은 운명이다.
선후배의 연은 끈끈했다. 1991년 당시 독일로 진출해 꿈을 키웠던 새내기 황선홍과 포철(현 포항)의 베테랑 윤성효는 살갑진 않았어도 서로 고충을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후배다. 윤 감독이 대우(현 부산)를 거쳐 수원으로 둥지를 옮긴 뒤에는 각 팀의 간판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도자로 변신한 윤 감독은 2000년 수원 코치 시절 황 감독 영입에 발벗고 나서면서 스승과 지도자로 해후했다.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고, 가치관도 다르지 않았다. 동반자이자 조력자였다.
2010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선후배의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처음엔 선배 윤 감독이 웃었다. 숭실대를 대학 무대 최고의 자리로 이끈 뒤 수원 사령탑을 맡은 2010년 7월부터 당시 부산 지휘봉을 잡고 있던 황 감독에게 3연승 했다. 관록의 힘이었다. 황 감독의 역습이 이어졌다. 2011년 포항 감독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4승2패로 앞섰다. 후배에게 '한방'을 맞은 윤 감독은 부산 지휘봉을 잡은 올해 다시 미소를 지었다. 포항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1무로 우위를 지켰다. 지난 9월 1일엔 포항의 안방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내 그룹A행 막차를 타며 포효했다. 황 감독은 "부산의 정신력이 앞섰다"고 입맛을 다셨다.
포항은 지난해부터 2시즌 간 부산과의 6차례 맞대결에서 무승(4무2패)에 그쳤다. 상대 수비진에겐 공포의 대상인 포항의 패스축구는 부산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윤 감독은 이번에도 순순히 물러설 뜻이 없다. 갈 길이 바쁘다. 그룹A행 환희를 맛본 뒤 5경기(1무4패)째 웃지 못했다. 실낱같은 ACL행을 위해서는 포항을 넘어야 한다.
함께 웃을 수는 없다. 선후배의 우정은 잠시 접어뒀다. 그라운드에 서는 두 지도자 모두 승리를 바라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