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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강력한 경기를 보여줬지만 브라질을 막는데 만 급급했다. 브라질은 축구를 하려고 했고 한국은 너무 잘하려고 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한국은 후반 25분부터 실력을 발휘했다." 적장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의 눈에 비친 한국 축구였다. 그나마 예의를 갖췄다.
지난해 스페인을 맞아 1대4로 완패했다. 지난 2월과 9월 크로아티아와의 두 차례 대결에선 0대4,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12일 브라질과의 대결에선 0대2로 눈물을 흘렸다. 패배주의의 덫에 걸린 듯 허우적거리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유럽과 남미의 강호를 넘어야 한다.
감각이 떨어져 있는 지동원(선덜랜드)은 재발탁을 고민해야 할 만큼 경기력은 낙제점이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포지션에 혼동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였다. 소속팀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을 오간다. 하지만 홍명보호에서는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짧은 소집시간에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에 가동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들었다. 사실상의 제로톱이었다. 포지션 파괴였다. 전반 지동원이 원톱,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에 포진했다. 두 선수간의 포지션 경계는 없었다. 원톱과 투톱, 위치 이동은 변화무쌍했다. 김보경(카디프시티)은 왼쪽 날개에 포진했지만 수시로 중앙으로 이동, 지동원과 자리를 교환했다. 좌우를 넘나든 이청용(볼턴)은 후반 32분 고요한(서울)이 교체 투입되자, 섀도 스트라이커로 탈바꿈했다. 그나마 김보경이 이름값을 했다. 자신감을 앞세워 브라질 선수들과 제대로 맞닥뜨렸다. 반면 지동원과 구자철은 수준이하였고, 이청용의 개인기도 통하지 않았다. 손흥민(레버쿠젠)은 후반 19분 왼쪽 날개로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존재감은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브라질의 철벽 수비라인에 유린당했다. 개인 역량은 비교가 되지 않았고, 공격라인의 끈끈한 조직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크로아티아전도 그랬지만, 브라질의 압박과 힘을 앞세운 대인마크는 차원이 달랐다. 패스를 통해 활로를 뚫어야 하지만 볼만 잡으면 허둥지둥했다. 타이밍을 실기했다. 볼을 갖고 있지 않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무뎠다. 공간 창출에 실패하면서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포지션간의 간격도 문제였다. 효율적인 축구를 위해선 수비라인과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2선 공격, 최전방의 간격이 촘촘해야 한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원칙을 논하는 건 사치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뽑을 선수는 뽑아야 한다. 인적 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을 논하는 것은 사치다. 어차피 내년 월드컵에선 유럽파들이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중앙 공격수의 경우 소속팀에서 설자리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미래 또한 밝지 않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표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점진적으로 분위기 전환도 이룰 수 있다. 소속팀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원톱을 발탁해야 한다. 박주영(아스널)이다. 늘 그랬지만 브라질전에서도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박주영의 재승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