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시 상암월드컵공원 내 난지공원에서 펼쳐진 제1회 서울특별시 교육감배 중학생 건강달리기 대회에서 각 학교를 대표해 출전한 중학교 2학년생들이 뜨거운 레이스를 펼쳤다. 문용린 서울특별시교육감과 '마라톤 영웅' 이봉주가 박수를 치며 파이팅을 독려했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교육청
높푸른 가을하늘 아래, 대한민국 중학교 2학년생들이 상암벌을 씽씽 내달렸다.
12일 오전 10시 서울시 상암월드컵공원 내 난지공원 잔디광장에서 '제1회 서울특별시교육감배 중학생 건강달리기 대회'가 열렸다. 학교체육에 특별한 관심을 지닌 문용린 교육감의 의지가 결실을 맺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11개 지역교육청 비등록선수와 대한육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 등 총 1200명의 중학생들이 이른 아침 난지공원에 결집했다. 지난 3월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각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실력을 공인받은 서울 시내 동급최강 '건각'들이 총출동했다. '마라톤 영웅' 이봉주도 자리를 함께했다. TV로만 보던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의 등장에 소년소녀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교육감님, 마라톤 영웅의 열혈 응원
"탕!" 오전 10시45분, 스타트라인에 선 문 교육감이 우렁찬 총성을 울렸다.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 경기진행을 지원했다. 전자칩을 통해 정확한 기록 측정과 인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등록선수들이 가장 먼저 출발했다. 페이스메이커를 자청했다. 이어 남학생들이 5㎞, 여학생들이 3㎞ 레이스를 시작했다. 문 교육감과 장학사들도 출발선에 섰다. '영웅' 이봉주와 발을 맞춰 1㎞을 달린 후 응원전에 나섰다. "화이팅!" "힘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교육감님과 마라톤 영웅의 응원속에 전속력으로 달렸다.
19분쯤 흘렀을 무렵 1등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물! 물!" 골인지점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던 문 교육감과 이봉주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학생들에게 물을 건넸다.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흐뭇한 표정이었다. 이봉주는 "책상앞에만 앉아있던 학생들이 건강달리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체력도 키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이런 대회가 좀더 많아지고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문 교육감 역시 "달리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라톤 대회가 정착되면 1년에 두번, 봄, 가을마다 시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부와 운동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땀을 흘리고 나면, 공부도 더 잘된다. 공부와 운동을 함께하는 선진형 스포츠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스포츠는 정신과 마음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바탕"이라고 강조했다."학교체육을 통해 좋은 선수들이 발굴, 배출되고, 엘리트 스포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을아침 혼신의 레이스를 펼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표정은 행복했다. 서울 송파 방이중 마라톤 삼총사 전혜빈 안영은 정은진양은 "땀을 나눈 사이"라며 각별한 우정을 표했다. 서울 반포 신동중 이시은양은 하얀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보란듯이 여자부 1위에 올랐다. 남자부 1위에 오른 신수중 최재형군은 대회를 앞두고 하루 2시간씩 체계적인 근력, 지구력 훈련을 해왔다. 마라톤 선수 출신 아버지와 나란히 서서 파이팅을 외쳤다. 상암=전영지 기자
건강달리기의 힘, '중2병'은 없다
가을 아침 공원길을 내달리며 뜨거운 땀을 흘린 '중2'들의 표정은 해맑았다. 체육수업에서 자주 소외돼온 여학생들의 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교내 마라톤에서 1~3위를 휩쓴 후 뽑혀왔다는 서울 방이중 '여학생 삼총사'는 씩씩했다. 전혜빈 안영은 정은진양(14)은 "우리는 땀을 나누는 사이"라며 깔깔 웃었다. "함께 뛰고, 땀 흘리면서 더 친해졌다. '중2병'같은 건 당연히 없다"고 했다. 레이스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똑 부러지게 답했다. "상쾌하고 재밌었다. 요즘 대부분의 친구들은 스마트폰, 게임, 컴퓨터만 하는데,이렇게 햇살 좋은 날, 밖에서 친구들과 땀을 흘리니 정말 기분 좋다."
남녀부 개인전 1위를 차지한 학생들의 얼굴에선 남다른 성취감이 묻어났다. 최재형군(14·신수중)은 22분25초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서부교육청 대회에서 18위를 한 후 마라톤 선수 출신 아버지와 매일 2시간씩 훈련을 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달리기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부단한 노력으로 서울시 1위에 올랐다. 이날 등록선수부 1위 기록(19분39초)에 3분 정도 뒤졌다. "어젯밤 연습때 18분대를 기록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전문 마라토너'의 꿈을 갖게 됐다.
여자부 1위 이시은양(14·신동중)은 16분36초의 기록을 수립했다. 하얗고 앳된 얼굴의 소녀는 뜻밖의 우승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5.8㎞인 줄 알고 준비해서인지, 3㎞는 오히려 쉬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학교 2학년들이 가을하늘 아래, 건강하고, 행복해졌다.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우스개가 나돌 만큼 무시무시한 '중2'는 그곳에 없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