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유베의 '키엘리니 폭탄'에도 글쎄

최종수정 2013-10-24 11:25

ⓒ 레알마드리드 공식페이스북 캡처

어제 새벽 아스널-도르트문트, AC밀란-바르셀로나가 눈길을 끌었다면 오늘은 '이 경기'였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와 유벤투스(이하 유베)의 13-14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3차전 경기에서는 홈 팀 레알이 2-1로 승리하며 3전 전승, 조 1위를 굳건히 지켜나갔다. 다만 뚜껑을 열어 그 속을 빤히 들여다봤을 때, '만족스러움'만 있었던 건 절대 아니었다.

레알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디 마리아에 대한 상대의 압박이 너무 헐거웠던 것이 득점 비결.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받은 이 선수는 오그본나와 피를로의 앞을 유유히 통과했다. 비달이 뒤늦게 태클로써 커버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볼은 이미 일대일 찬스로 향해있었다. 키엘리니를 비롯한 수비진이 전진하는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은 붕괴됐고, 호날두가 부폰을 넘어 골을 터뜨렸다. 전반 22분에는 요렌테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5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 키엘리니가 라모스를 낚아채며 PK를 헌납해 호날두가 추가골을 뽑아낸다. 2-1이란 스코어로 앞서 나갔지만, 피치 위에 펼쳐진 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경기력이었다.

중원을 빼앗긴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여기엔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배치와 플레이의 질이 크게 작용했고, 이야라멘디의 역할이 더없이 아쉬웠다. 길게 연결하기보다는 차근차근 풀어 나오려던 레알의 성향상 이 선수의 패스 하나하나는 승리의 꽃을 피우기 위한 씨앗이었다. 라모스-페페 라인 앞에 선 이야라멘디는 유베의 전방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는데, 아무래도 아직 그 역할에 완벽히 적응을 못 한 건 아닐까 싶었다. 왼쪽 아래 진영로 내려온 모드리치에게 볼이 쏠리기라도 하면 이 선수는 중원에서 애매하게 잉여 자원으로 남아야 했고, 볼이 제대로 전진하지 못한 레알의 공격 전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케디라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아군과 적군의 박스를 오갈 활동량의 장점은 후반 들어 몇 차례 나온 것이 전부였다. 특히 아르벨로아와 수비를 분담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약점은 레알을 뒤흔들었다. 먼저 측면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는 테베즈가 중거리 슈팅을 날리기 전까지 너무 쉽게 풀어놓는 장면이 반복됐자. 중앙에 배치돼 꾸준히 전진하는 포그바를 견제하는 작업도 원활치 않았다. 또, 반대쪽에서 넘어온 측면 크로스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 요렌테를 비롯한 상대 공격수와의 공중볼 경합을 위해 박스 내로 들어간 아르벨로아를 받칠 만한 제2, 제3 동작이 나와야 했는데, 헤딩 이후의 공간에 대한 커버가 너무 부족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모드리치는 벤제마의 아랫선까지 적극적으로 올라섰고, 레알은 또 한 번 득을 본다. 키엘리니가 호날두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한 것. 수적 열세에 처한 콩테 감독은 곧바로 요렌테 대신 보누치를 넣어 플랫 4를 유지한다. 이른바 '키엘리니 폭탄'을 누리게 된 레알은 베일, 이스코, 모라타를 연이어 투입하며 골 사냥에 나섰고, 호날두를 최전방에, 디 마리아(모라타)와 베일을 좌우로 배치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추가골만 나온다면 주말 엘클라시코를 조금 더 편히 준비할 수 있는 메리트도 있었다. 다만 주효한 공격 전개도 적었고, 동료들이 차려준 밥상을 여러 번 뒤엎은 벤제마는 끝내 골 응답이 없었다.

여기에서는 수적 우세를 극대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다. 키엘리니 퇴장 후 유베는 중앙으로 최대한 밀집해 공간을 죽여 나갔고, 레알은 측면을 폭넓게 벌려 이 공간을 살려내야 했다. 이들에겐 호날두나 베일처럼 주력을 살릴 자원들이 있었고, 이들이 측면 깊숙한 진영까지 접근해 상대를 끌어낸다면 중앙에도 분명히 균열이 생길 터였다. 하다못해 프리킥이라도 유도해낼 수 있었다. 실제 벤제마가 골대 밖으로 쏘아 올린 공들이 모두 측면에서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 그럼에도 호날두가 중앙에 머물며 상대의 등을 지고 패스를 받고자 했을 때, 대부분의 패스가 중앙을 고집했을 때, 레알은 비달의 기동력만 더욱 빛나게 해줄 뿐이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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