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즌 문을 열기 직전 프로축구 선수들이 되새기는 K-리그 선언문의 첫 번째 항목이다. 동업자 정신에 대한 의미다. '상대 선수들도 동료로 생각하자'는 약속을 한 셈이다. 전장인 그라운드에서 페어 플레이가 살아 숨쉬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선언문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또 다시 동업자 정신이 실종됐다.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울산의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인천 수비수 안재준(27)의 살인 태클에 울산 측면 수비수 김영삼(31)이 시즌 아웃됐다. 안재준은 후반 10분 울산의 공격을 끊고 중원으로 돌파하던 중 긴 트래핑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오던 김영삼을 향해 비매너 태클을 가했다. 축구화 스터드를 보인 것 뿐만 아니라 태클이 향한 곳도 도를 넘어섰다. 공이 아닌 김영삼의 왼무릎 쪽을 향했다. 당시 김영삼이 거친 태클에 놀라 점프를 하지 않았다면 무릎이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심한 고통을 호소하던 김영삼은 의무진의 치료를 받은 뒤 일어났지만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기 힘들었다. 결국 김영삼은 4일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좌측 내측 인대 부분 파열 판정을 받았다. 김영삼은 2주간 반깁스를 한 뒤 재활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캡처=MBC스포츠플러스 방송화면
분명 안재준의 살인 태클은 퇴장감이었다. 아무리 돌발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공을 처리하는 상황은 김영삼이 더 유리했다. 그런데 주심은 경고만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점에서 불과 5m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태클의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얼마나 더 과격한 태클을 범해야 레드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하는 판정이었다.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인천의 장내 아나운서가 한 멘트가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안재준 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 통상 부상을 한 선수가 일어나 끝까지 뛰려는 투지에 박수를 보내달라고 유도하는 것이 상대 팀의 예의이자 또 다른 페어 플레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실종된 페어 플레이는 끝까지 찾을 수 없었다.
살인 태클은 반드시 사후징계가 필요한 사안이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올바른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