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이하 유베)가 또 울었다. 6일 새벽(한국 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와의 13-14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4차전에서 2-2로 비긴 이들은 또 한 번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2주 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잘 풀어놓고도 키엘리니의 PK 헌납과 퇴장으로 패배의 수렁에 빠진 유베는 이번에도 잘못된 백패스 '실수'로 '다 된 밥'을 모두 태워버렸다. 3무 1패를 기록한 이들은 레알(승점10)-갈라타사라이(4점)-코펜하겐(4점)에 이어 최하위로 처졌다.
챔스 3차전을 패한 뒤 유베가 보인 흐름은 상당히 좋았다. 세리에A에서 제노아, 카타니아, 파르마를 연이어 부숴버린 이들은 경기마다 각기 다른 멤버로 플랫 3를 꾸리면서도 총 7골을 뽑는 동안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수비력을 뽐냈다. 그런데 이번 레알전에서는 무실점의 수비 형태를 버리고, 지난 챔스 3차전에 이어 또 다시 플랫 4를 꺼내 들었다. 아사모아-보누치-바르잘리-카세레스로 구성된 수비진은 극단적인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플랫 3가 노출할 수 있는 수비 뒷공간에 대한 약점을 최소화했다. 아무래도 호날두, 베일(디마리아)가 나설 상대 양 윙포워드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부담스러웠을 터다.
수비에 안정을 기한 유베는 뒷선에서 볼을 돌리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중앙 수비를 내린 이들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레알의 공격진을 유도했고, 상대의 라인 간격이 벌어지며 허리가 부실해졌을 때 어김없이 볼을 전진시켰다. 이 과정에서의 핵심 열쇠는 피를로였고, 벤제마는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전방 압박으로써 유베의 '패스 수도꼭지'를 잠그는 작업에 실패했다. 호날두와 베일이 측면으로 넓게 늘어선 동안 모드리치-케디라도 앞공간을 메우지 못했는데, 이는 곧 상대가 공격 전개의 심지에 자유롭게 불을 붙이도록 풀어놓는 처사였다. 유베는 볼을 점유하며 전진했고, 앞선에서 승부를 보지 못한 레알은 전체적인 라인이 밀려버렸다.
이후엔 공격진의 부지런함이 추가됐다. 테베즈-요렌테-마르키시오의 3톱과 중원의 포그바-비달 라인은 역동적인 스위칭을 가져갔다. 양 윙포워드가 중앙으로 들어오며 부담을 가중시켰고, 이들이 측면으로 넓게 벌렸을 때에는 포그바와 비달이 직선적인 침투로 깊은 곳까지 올라가 볼 받을 채비를 했다. 패스를 뿌릴 수 있는 피를로와 패스를 받을 수 있는 동료들의 움직임이 합쳐졌을 때, 공격 루트는 한결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공격 템포를 올린 유베는 레알의 수비 숫자와 대등한 공격 숫자를 투입할 수 있었는데, 이미 7~8명의 수비가 갖춰진 유베 진영에 2~3명의 공격진이 짜임새 부족한 역습으로 맞선 레알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골고루 퍼진 슈팅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유베는 총 24개의 슈팅 중 중원의 포그바와 비달이 각각 4개, 5개를 차지했고, 요렌테가 7개, 마르키시오가 4개를 쏘았다. 반면 레알은 총 17개 중 호날두에게 7개가 몰렸고, 차순위 베일이 4개를 기록하는 등 편중적인 분포를 보였다. 상대의 공격 루트를 예측하고 차단하는 수비 작업에서 레알이 조금 더 어려운 경기를 했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결정적 한 방이 없어 속이 탄 유베는 전반 39분, 마침내 포그바가 PK를 얻어낸다. 측면으로 빠진 테베즈와 종적인 움직임을 보인 포그바가 주효했고, 비달이 이를 완성시켰다. 후반 들어 주도권을 놓칠 우려를 말끔히 지워낸 소중한 골이었다.
하지만 유베의 발목을 잡은 건 '또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후반 7분 레알은 카세레스의 백패스를 가로챘고, 벤제마의 도움을 받은 호날두가 동점골로 마무리 지었다. 공격 작업이 잘 안 됐을 뿐이지,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잡수십시오.'하는 골을 토해낼 클래스는 아니었다. 1차전 '키엘리니 폭탄'에 이어 이번엔 '카세레스의 폭탄'을 맞으며 멘탈이 남아나질 않던 유베는 후반 15분에는 베일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측면에서 단번에 넘어온 볼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고, 호날두와 베일의 개인 능력을 제어하지 못했다. 수비 조직의 힘은 어느 팀 부럽지 않으나, 이렇게 내주는 개인적인 실수에 팀 전체가 휘청할 수밖에 없었다.
실점 5분 뒤에는 만화 같은 일도 일어난다. 카세레스가 크로스로 요렌테의 헤딩 동점골을 도운 것. 전반에 PK를 헌납한 바란이 헤딩 경합에서 타점을 방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럼에도 유베는 남은 20 여분의 흐름을 오롯이 가져오질 못했다. 호날두의 선제골을 도운 벤제마가 자신감을 회복했고, 측면 풀백이 훨씬 더 높이 올라오며 윙포워드와의 연계를 시도했다. 모드리치를 비롯한 미드필더진도 더욱 전진해서 싸우려는 모습을 보인 레알은 1, 2차전 합계 180분 동안 가장 활발한 시간대를 보냈다. 수비 숫자가 충분했음에도 응집력을 잃은 유베는 결국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실수 하나로 뒤바뀐 흐름이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