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의 성별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정작 의혹을 제기했다던 '감독님'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인천전국체전 기간중인 지난 19일 6개구단 감독들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박은선 이야기가 오갔다. '여자 대표팀에서 불분명한 이유로 선발하지 못하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뛸 자격이 있는가'가 주장의 핵심이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에 '박은선의 WK-리그 출전자격을 판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6개구단 감독중 한 감독이 이날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여자축구연맹에 팩스로 전달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시, 내년 리그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시즌 중에도 박은선 논란은 있었다. 지난 6월 고양 대교는 여자축구연맹에 공식질의서를 보냈다. 여자축구대표팀에 대교 선수들이 대거 차출됐지만, 박은선은 차출되지 않았다. 주전들이 대거 빠진 채 박은선이 건재한 서울시청과 리그 경기를 치러야하는 대교가 이의를 제기했다. '박은선이 잘하고 있는데, 왜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는가'라는 요지의 질의서를 제출했다. 여자축구연맹은 이 질의서를 협회에 전달했지만, 공식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은 결과적으로 성별 논란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고양 대교는 서울시청 돌풍 속에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올시즌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박은선 논란이 불거진 직후 각 구단 감독들은 '퇴출' '보이콧' 언급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우승팀인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은 "우리팀은 은선이가 뛰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했다. "은선이가 대표팀에 있을 때 코치로 있었고,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코치로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단장님도 그렇고 우리는 늘 은선이가 뛰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으로서 은선이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날 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퇴출하자는 것보다도 은선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정도였다"고 했다. "은선이가 대표팀에 뽑혔으면 좋겠고, 그러면 우리 여자축구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있기 때문에 이번에 얘기가 나온 김에 그 부분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출시키자고 사인한 것도 아니고, 내용이 부풀려졌다. 은선이가 어쨌든 뛰고 있고, 올시즌 마음잡고 정말 열심히 하더라. 솔선수범하고 희생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인격체로서 이 친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적때문에 몰아내자고 했다는데, 우리는 서울시청을 이기고 우승하지 않았나. 우리는 아무 상관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고양대교 구단 역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선수 자격에 대해 정확성을 기하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감독 간담회 내용에 대한 보고는 곧바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감독의 의견과 구단의 공식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WK-리그 소속 다른 구단 감독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박은선을 막다가 매경기 3~4명이 부상한다. 기량이 떨어지고 체격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은선이 위험한 플레이로 동료들을 다치게 하고,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면 공식절차에 따라 심판과 연맹이 판단하고 징계할 일이지, 뒤에서 성별 논란을 제기하며 퇴출 운운할 일은 아니다.감독들은 이구동성 "연맹에서 의지를 갖고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의견을 낸 것이지, 리그를 보이콧하겠다는 주장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논란을 제기했다는 이들의 실체가 사라졌다. 한 선수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축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