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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경(가운데)이 25일(한국시각)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뒤 상의를 탈의한 채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 사진출처=카디프시티 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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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24·카디프시티)의 11월은 위기였다.
상승세가 꺾였다. 소속팀 카디프시티의 주전 경쟁 구도가 삐걱 거렸다. 김보경은 지난 8월 웨스트햄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전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가진 2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지역 라이벌 스완지시티와의 맞대결에선 교체출전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이어진 애스턴빌라전에선 처음으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EPL 승격을 확정 지은 뒤 말키 맥케이 카디프 감독은 김보경에게 "네가 원하는 자리를 주겠다"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신뢰도 강력한 경쟁자 앞에선 작아졌다. 조던 머치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팀을 위해 헌신하지만 체력적으로 약했던 김보경과 달리, 머치는 우수한 체격을 앞세워 고비 때 득점포를 터뜨리며 조명을 받았다. 흐름은 A대표팀까지 이어졌다. 11월 A매치 2연전에 합류했던 김보경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10월 브라질전에서 맹활약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전형적인 유럽팀인 스위스, 러시아와의 맞대결에선 체격의 열세를 절감하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당연할 것처럼 보였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의 꿈마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킬러 본능이 꿈틀거렸다. 김보경이 맨유를 무릎꿇게 했다. 김보경은 25일(한국시각)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맨유와의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 후반 32분 교체출전,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뜨렸다.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대각선 지점 왼쪽에서 길게 올라온 프리킥을 문전 정면에서 헤딩으로 마무리 했다. 상대 수비 숲 속에서 희미하게 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카디프 팬들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고, 데이비드 모예스 맨유 감독은 망연자실했다. 카디프는 김보경의 동점골에 힘입어 거함 맨유와 2대2 무승부로 승부를 마무리 했다. 카디프시티 구단 홈페이지에는 '킴보(김보경의 영문 이름 철자를 딴 애칭)가 맨유를 상대로 승점을 빼앗았다'고 전했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도 '김보경의 첫 골로 카디프가 맨유를 상대로 승점을 따냈다'고 앞다퉈 전했다.
김보경은 올 시즌 강팀과의 맞대결에 유독 강했다. 맨시티와의 EPL 2라운드에선 팀의 동점골과 역전골로 연결되는 측면 돌파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신보다 몸값이 몇 배 이상 차이 나는 맨시티 수비수들을 두려움 없이 뚫고 들어가 찬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에버턴, 토트넘, 첼시전에서도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면서 눈도장을 받았다. 이런 경험은 브라질과의 A매치에서도 잘 증명됐다. 강팀을 상대로 쌓은 자신감은 맨유전 동점골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맨유전 동점골로 김보경의 팀 내 입지도 다시 주목 받을 전망이다. 맥케이 감독은 머치와 김보경을 적절히 안배시키며 일정을 치러가고 있다. 이번 맨유전에서도 머치를 선발로 내보냈으나, 김보경을 후반 교체투입하면서 결국 무승부를 일궈냈다. 챔피언십 시절부터 김보경의 진가를 잘 알고 있었던 맥카이 감독인 만큼, 맨유전 동점골을 계기로 김보경에게 팀 내 공격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길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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